작성일 : 23-04-03 13:59
[171호] 여는글 - 윤비어천가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1,072  
윤비어천가

이영환


여기저기 꽃이 피어 봄이 왔음을 알린다. 시간이 변함없이 흘러 계절이 바뀌고 겨우내 움츠렸던 초목들도 새싹을 틔워 초록을 더해간다. 싱그러운 봄의 향연은 벚꽃이 만발하는 3월말에서 4월초까지가 절정을 이루는 것 같다. 봄의 생동감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의 나들이를 보면서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계절을 맞을 채비를 한다.

분명히 봄은 왔는데 내 마음은 20 수년 전의 잿빛을 떠올리게 한다.
겨울철 영국 인근의 바다는 푸른색이 아닌 늘 잿빛이었다.
리버풀에서 라스팔마스까지 공선으로 가서 토마토를 싣고 다시 리버풀로 향하는 겨울철 운항 코스는 거친 파도와 거센 바람으로 처음 승선한 초급 해기사에게는 몇 날 며칠이 멀미와의 전쟁이었다. 피칭이나 롤링으로 속이 거북하여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는 그때 느낌은 검푸른 바다보다는 잿빛에 가까웠다. 그 후로 나에게 잿빛은 음울하다거나 황량하다와 동의어가 되었다.

그런데 요즈음 신록의 계절 봄이 왔건만 기분은 잿빛이 떠오른다. 코로나로 야기된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사회 전반적으로 계층 간 갈등만 늘어나 희망적인 뉴스를 찾기가 힘든 실정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10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느낌은 몇 년이 흐른 것만 같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과거로 회귀하거나 갈등과 대립만이 부각 될 뿐이다.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 함께 잘사는 나라 등 취임사에서 밝힌 국정 주요 분야에서 언급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법원에서 확정판결한 강제징용 피해자 처리문제, 행안부의 경찰통제방안 문제, 이태원 참사 처리문제, 미성숙하고 치우친 외교,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등 이 정부가 들어서 야기되는 문제는 그 심각성을 보건데 후유증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국민이 편안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의 몫인데 외려 갈등과 대립을 양산하는 형국이다. 소통과 화합은 보이지 않고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식이다.
귀를 기울여서 국민의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을 해야 하는데 윤비어천가만 들리는지 나오는 정책마다 찬반으로 갈려 또 다른 갈등이 야기된다.
노동, 연금, 교육 등 3대 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았는데 노동 개혁에 소통은 보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노동계와 노조를 적대시 하는 방식은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인사가 만사라 했는데 적재적소의 참신한 인사가 아닌 돌려막기나 검찰 출신의 인사를 발탁하다 보니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하다못해 여당 대표도 입에 맞는 인사로 밀다 보니 건강하게 비판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세력이 없어 보인다.

3월 26일은 안중근 의사 순국 113주기이다. 외세에 의존하지 않은 자주독립과 동양평화를 외친 안중근 의사를 생각하며 진정한 봄의 생명을 노래할 수 있도록 사회가 소통하고 화합하는 내일을 그려본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딘다.

※ 이영환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공동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