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4-03 13:32
[171호] 이달의 인권도서 -『 회복력 시대』제러미 리프킨 저 / 민음사 2022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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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력 시대
- 재야생화되는 지구에서 생존을 다시 상상하다 -

제러미 리프킨 저 / 민음사 2022 / 정리 : 김창원


제러미 러프킨은 현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사회사상가이자 미래학자다. ‘글로벌 그린 뉴딜’, ‘3차 산업혁명’ ‘소유의 종말’, ‘수소혁명’ ‘노동의 종말’ 등의 저서가 말해주듯이 그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경제,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미래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왔다. ‘회복력 시대’ 역시 기후위기에 직면한 인류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미래의 비전을 그려보거나, 기후위기로 인한 미래사회의 탈출구가 궁금하거나, 미래사회의 모습을 상상해보고 싶다면 이 책 ‘회복력시대’를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먼저 한 가지 당부할 것이 있다. 이 책의 표지에 있는 띠지에 “진보의 시대에서 회복력 시대로”라는 문구가 있다. 여기에 적혀있는 ‘진보’라는 단어를 정치적 개념인 진보로 이해하지 말기 바란다. 저자는 서문에서 “진보는 우리 종이 지구를 공유하는 여타 생물과 다른 부류라는 고대 믿음의 최신 구현일 뿐이다.”라며 1794년 “인간 능력의 향상에는 한계가 없다. (…) 인간의 완전성은 절대적으로 무한하다. (…) 이 완전성은 방해하는 모든 힘의 통제를 넘어 진보할 것이며 한계는 자연이 우리를 둔 지구가 지속되는 시간뿐이다”고 한 프랑스 철학자 니콜라 드콩도르세의 보증선언이 진보의 시대라고 불리는 인류의 행보에 존재론적 토대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즉 애덤스미스가 국부론에 쓴 것처럼 “사람은 모두 자신이 장악할 수 있는 어떤 자본이든 가장 유리하게 이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시대를 ‘진보의 시대’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진보의 시대는 끝났다”며 회복력 시대로 역사의 중심축이 옮겨지고 있으며, 핵심가치도 달라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진보의 시대가 ‘효율성’을 가치로 움직였다면 회복력 시대에는 ‘적응성’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사례와 근거들을 토대로 시대 패러다임이 변화고 있음을 주장하며, 우리에게 ’공감‘에 기반한 ’적응성‘을 익히고 키우면서 지구의 모든 종과 공생하는 회복력의 시대로 나아갈 것을 요구한다.
저자는 진보의 시대가 추구해온 ‘효율성’으로 인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중산층 육성보다 재정적 이익, 공공의 이익보다 개인의 풍요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구조를 선택”했고, 회복력을 약화시켜 왔다며 로저 마틴이 자본주의의 효율성 집착을 비판하며 예를 든 ‘아몬드 시장’을 근거로 제시한다.

‘아몬드 재배의 최적지’로 여겨지는 캘리포니아의 샌트럴밸리는 전 세계 아몬드 생산량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상적인 기후 조건을 이유로 아몬드 생산을 한 곳에 집중한 것이 예상치 못한 환경적 기폭제를 직면하게 했다. 캘리포니아의 아몬드 꽃은 수분 기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대규모 수분이 원활하게 이뤄지게 하려면 미국 전역에서 이 지역으로 벌집을 운송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꿀벌이 떼죽음을 당해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2018~2019년 겨울만 봐도 미국의 상업적 양봉장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초토화되었다. 사상 초유의 기록이다. 아몬드 산업의 단일재배가 초기에는 효율적이었지만 외부 효과에 더 취약하고 회복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입증되었다.(28쪽)

효율성은 일시적 가치라면 회복력은 특정한 조건이다. 효율성의 핵심은 마찰, 즉 경제활동의 속도와 최적화를 늦출 수 있는 중복과 반복을 제거하는 데 있다. 하지만 회복력의 핵심은 중복성과 다양성이다.(29쪽)

중세에서 현대를 향한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에는 인간 조건의 완성이라는 약속이 있다. 그 실현에 대한 책임이 과학의 경이와 수학의 정확성, 생활의 편리를 돕는 새로운 실용 기술, 사회의 경제적 안녕을 증진하는 자본주의 시장의 유혹 등에 달렸다. 이 세 가지 지표 위에 진보의 시대가 자리 잡았다.(32쪽) 학교 시스템은 효율성 의제의 교사이자 안내자이자 중재자이자 집행자가 되었다.(37쪽) 효율성 내러티브는 공정, 성 평등 및 인종 평등, 참정권 박탈, 도덕, 심지어 자연계에 대한 인류의 책임 등을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를 회피하는 데 편리한 도구가 되었다. 효율성은 중립적인 힘으로 극찬을 받았다.(41쪽) 그 결과 전 세계 표토의 3분의 1이 황폐해졌고, 지구의 산소는 빠르게 소명하고 있으며, 생태계가 불안정해지고, 2070년이 되면 지구의 19퍼센트 정도가 ‘거의 거주할 수 없는 뜨거운 지역’으로 변할 것이다.(42쪽) 산업자본주의의 250년 통치 동안 거둔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은 영겁의 시간 동안 부정적인 외부 효과와 흔적을 남길 장기적 엔트로피 청구서와 비교할 때 극히 미미하고 덧없을 뿐이다.(58쪽)

분명히 우리가 메시지를 받기 시작했다.(65쪽) 과학계와 의료계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비만, 영양 결핍, 기후변화의 신데믹 사이에서 모종의 관계를 발견하고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70쪽) 인간 행위의 본질에 대한 전면적 재고가 필요하다.(75쪽) 우리 인간은 ‘생명력’인 자연의 일부로서 지구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종 중 하나일 뿐이다.(221쪽) 우리가 ‘모든 것이 인간 중심’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222쪽) 우리는 끊임없이 물이 흐르는 강에 있는 소용돌이일 뿐이다. 우리는 머무르는 무엇이 아니라 스스로 영속하는 패턴이다.(187쪽) 따라서 다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할 주요 전략은 효율성이나 특정한 보상의 극대화가 아니라 유연성의 유지를 통한 지속성의 확보가 되어야만 한다.(217쪽) 우리 인간종은 지구 온난화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온난화 기후가 가져올 실존적 변화에 지속적으로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231쪽)

** 저자가 산업시대의 종말을 고하며 재야생화 되는 지구에서의 생존을 상상하는 회복력 시대의 긍정적 전망은 책을 통해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