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1-31 10:19
[169호] 인권포커스Ⅰ - 울산시장과 울산남구청장은 집회·시위 자유를 수호할 의무는 없는가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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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장과 울산남구청장은
집회·시위 자유를 수호할 의무는 없는가

박정미


최근 김두겸 울산시장이 취임하고 나서 달라진 울산시의 집회장 풍경 중 하나는 집회 신고가 이미 되어 있는 거리에서 선전전을 하면서 방송차를 주차한 자리에 무조건 ‘주차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일이다.
또 다른 사건은 지난해 12월 7~9일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가 이틀간 국민의 힘 울산시당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남구청 공무원들이 공격적으로 천막 설치를 방해·저지하며 심지어 물리적 행위도 서슴치 않으려는 태도가 있었다. 나아가 12월 9일 저녁에 울산남구청 공무원들은 빨리 천막을 철거하지 않는다면 행정처분을 하겠다는 과태료 부과 통지를 하기도 했다. 이 자리는 이미 집회신고가 된 장소였다. 이 문제의 쟁점은 집회·시위의 자유가 일반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했는지를 일차적으로 판단하는 구청장, 시청 등 소위 행정청의 판단이다.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돼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르면 시위란,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지는 행위’라고 되어 있다. 집회에 대한 정의는 집시법엔 없지만,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집회란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이다.
그런데 집회·시위의 자유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지만 ‘일반교통방해죄’ 혹은 ‘도로법’상 행정청(가령, 울산시장)의 점용허가 여부 때문에 쉽사리 침해되는 경우가 있다. 집회·시위 참석자들에게는 부당하게 집회·시위의 자유가 제한되는 결과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집회·시위의 자유는 내재적으로 일반인들에게 일정 기간 불편함을 줄 수밖에 없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 권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는 불가피하게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 등에서 일정한 제약을 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일반인들은 불가피하게 일시적으로 통행이나 도로 사용 등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일반인들의 관점에서는 집회·시위의 자유가 직접적으로 자신들의 권리,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수의 집회·시위 참가자들의 주장이나 권리행사가 지나치다고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시장 혹은 구청장 같은 행정청과 이를 따르는 공무원들이 그러한 점을 감안해 일정한 처분이나 과태료 부과 같은 행위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긴다. 울산시장이나 남구청장은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호해야 할 임무는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다시 말해, 집회·시위를 하는 다수의 입장에 반대편에서만 서서 무조건 “방해” “침해” 혹은 “위험성” 등이 있다면서 공격적으로 통제하거나 억누르기만 하고, 집회·시위를 하는 다수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는 공무원들에게는 없는 것인지 묻는 것이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이고, 이에 대해 공무원 등도 이러한 자유를 누릴 권리도 있을 뿐 아니라 직무적으로도 이런 시위를 벌이는 다수들의 권리를 보장할 의무도 같이 있다는 것이다.

12월 7~9일에 있었던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가 설치한 천막농성만 해도 울산 남구청의 태도는 집회·시위 자유를 옹호할 의무는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억누르려는 공격적, 적대적 태도만 있었다. 천막농성 물품은 집회·시위의 일부 부속물이고, 이런 부속물이 불가피하게 시민들의 불편을 줄 수 있겠지만 이것은 집회·시위의 자유가 보장한 권리에 내재된 불가피함이었다. 더구나 이날 민주노총의 천막농성은 2박 3일간 짧게 진행될 예정이어서 장기적, 계속적인 도로 이용의 장애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었고, 그 자체로 일반 시민들의 도로 이용을 방해한 것도 아니었다. 천막농성을 하는 동안 시민들은 천막 농성장 앞을 자유롭게 지나가거나 이동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보았을 때, 김두겸 울산시장과 서동욱 울산남구청장 등은 헌법상 권리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적대시하여 공격적인 방식을 취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시위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되 일반인들에게 불편함을 일시적으로 제한할 수 있음을 충분히 울산시민들에게 설득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고 과태료 부과, 행정대집행 같은 방식으로 다수 시위대들의 권리와 의무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두겸 울산시장과 서동욱 울산남구청장은 적극적으로 헌법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올해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적극 활용해 울산시장 등에게 이를 강력하게 주장할 것이다.

※ 박정미 님은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조직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