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2-25 14:25
[158호] 인권 포커스 Ⅰ - 혐오정치 STOP !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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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정치 STOP !

김창원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2021년 말 기준 외국인 직장가입자 중 피부양자를 많이 등록한 상위 10명을 보면, 무려 7~10명을 등록했습니다. 한 가입자의 경우 두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까지 등록해 온 가족이 우리나라 건보 혜택을 누립니다.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지급 상위 10명 중 8명이 중국인으로 특정 국적에 편중돼있으며, 이 중 6명이 피부양자였습니다.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린 중국인은 피부양자 자격으로 약 33억 원의 건보급여를 받았으나 약 10%만 본인이 부담했습니다.”

대통령 후보 중 유력주자인 한 후보가 지난 1월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다분히 중국인 혐오를 부추기는 내용입니다. 글 말미에는 ‘우리 건강보험제도는 지난 40년 이상 국민이 피땀 흘려 만들어낸 소중한 자산’이라며 “우리 국민이 느끼는 불공정과 허탈감을 해소할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국민 정서까지 끌어들입니다.

그런데 정말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숟가락만 얹고,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있는 사람들일까요?
아닙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고영인 더불어민주당의원에게 건강보험 관련 자료를 제출하였습니다. 당시 자료를 보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2020년 한 해 동안 낸 건강보험료는 1조 4915억 원입니다. 이들의 치료비에 쓰인 건강보험 급여비는 9200억 원입니다. 5715억 원의 재정수지흑자를 나타냈습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을 합산하면 재정수지흑자는 1조 4095억 원입니다.
대통령 후보가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특정 국가를 거론하며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0년 법무부 출입국자 및 체류 외국인 통계를 보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03만 6075명입니다. 이중 중국인(한국계 중국인 포함)이 44%입니다. 그 뒤를 이어 베트남이 10.4%이고, 태국인이 8.9%입니다. 50살 이상의 한국계 중국인은 35만 583명인데, 이는 50살 이상 외국인 전체 54만 627명의 64.8%를 차지합니다. 50살 이상의 한국계 중국인은 육아 도우미, 식당 종업원, 건설현장 노동자로 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연령대가 높은 데다 건강문제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입니다. 건강보험 급여 지급 상위에 중국인 비중이 높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외국인 건강보험가입자 한 사람에게 피부양자가 여러 명인 것처럼 왜곡하는 것도 문제가 많습니다.
한국에 입국한 뒤 6개월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 중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아닌 사람은 의무적으로 지역가입자가 됩니다. 농업 종사 이주노동자의 약 64%, 어업종사 이주노동자의 약 74%가 지역가입자입니다. 세대인정범위도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들은 한국의 건강보험에 기여를 더 많이 하고 있으면서도, 혜택은 적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국가의 운영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대통령 후보가 혐오 정서에 기대어 사실과 다른 내용을 퍼트리며 혐오를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상대편 후보가 기후변화를 대비하여 발표한 ‘태양광 그늘막 설치 공약’에 대해서조차 “중국 업체를 위한 공약”이라며 공격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가 직접 중국인 혐오를 부추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표’가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중국에 대한 20대의 비호감도는 67.3%에 달합니다. 30대는 59.3%입니다. 평균 53.8%보다 훨씬 높습니다. 2030세대를 겨냥한 약은 계산 같습니다.

대한민국 경제는 수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습니다. 외국인 혐오를 통해 정치인은 표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 피해는 국가 전체에 미칠 것입니다. 국가운영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사람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가 이익을 외면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임이 이미 확인된 사실인데 말이죠.

※ 김창원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운영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