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1-30 11:54
[157호] News, Human Rights !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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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기준 삭제가 옳지만, 입법부가 알아서 하라’는 모순
[국가인권위원회의 ‘청소년 정치적 참여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 및 의견표명’에 대한 논평]


지난 18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청소년 참정권을 확대 보장하라는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연령 기준의 삭제를 분명히 권고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큰 아쉬움을 표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권고에서 행정안전부에는 「주민투표법」과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등 지방자치 참여제도의 연령 기준을 하향할 것을, 중앙선관위에는 「정당법」의 정당가입 연령 및 「공직선거법」의 선거운동 금지 연령 기준을 하향하거나 삭제하고 모의 투표가 시행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와 동시에 국회의장에게는 앞서 언급된 청소년의 정치적 참여권 증진을 위한 법률안들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그동안 청소년은 선거권, 피선거권뿐 아니라 선거운동, 정당 가입, 정당 활동, 지방자치 참여, 모의 투표 등 시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모든 정치적 영역에서 참여할 권리를 박탈당해 왔다. 청소년 참정권은 헌법과 UN아동권리협약 등에서 명시한 시민의 권리임에도 ‘미성숙’, ‘학교 정치화’와 같은 편견과 차별로 인해 각종 법률에 의해 제한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끊임없는 문제 제기와 투쟁, 사회 각 분야의 요구와 국제사회의 권고 등이 모여 청소년 참정권이 확대 보장되는 변화가 진전되고 있다. 18세 선거권과 18세 피선거권, 16세 정당가입권 획득이 그 대표적 변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방자치 참여권도 확대 보장하고 모의 투표를 허용하라는 권고는 너무나 당연하다. 특히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제한해온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인 연령 기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권고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법률로써 선거운동과 정당가입 가능 연령을 제한하는 것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연령 기준의 삭제를 명시적으로 권고하지 않고 입법 재량으로 남겨둔 것은 스스로 자기 판단을 기만하는 모순된 결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결정문에서 선거운동 가능 연령을 하향하는 방식은 거듭해서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당가입의 자유에 대해서도 기본권임을 분명히 하며 구체적 내용은 당헌이나 당규 등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결론에 이르러서는 연령 기준의 ‘삭제’가 아닌 ‘하향’을 입법부에서 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청소년의 참정권은 선택이나 누군가의 재량이 아닌 기본적 인권이다. 입법자의 재량으로 미루어 권리의 보장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은 온전한 권리 주체이자 시민으로서 정치적 참여권을 마땅히 보장받아야 한다. 이번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처럼 우리 사회가 연령을 기준으로 청소년의 정치적 참여를 제한하는 방식을 또다시 유지하게 된다면, 자의적 연령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불법으로 만드는 부당한 현실이 반복될 것이다.

한편 이번 결정문은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결정되어 뒤늦게 발표된 것이어서 이달 초 개정된 '법정대리인 동의를 전제로 한 16세 정당 가입'법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못했다.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전제로 한 것은 그 자체로 청소년의 정당가입 및 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법정대리인의 동의여부에 따라 정당가입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어 청소년 개인의 정당가입 및 활동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게 된다.
이에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청소년의 정치적 참여에 연령 기준을 전면 삭제할 것을 분명히 권고하고, 이번 정당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권고나 의견표명도 적극적으로 낼 것을 요구한다.

2022년 1월 21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