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1-03 13:28
[156호] 인권 포커스 Ⅱ - “팬데믹(COVID-19) 시대,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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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COVID-19) 시대,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김민경


전국 발달장애인 수는 2021년 1월 기준 252,125명, 그중 울산광역시 발달장애인 수는 5,194명이다. 2020년 2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현된 후, 우리 삶의 일상들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마스크 없이는 외출이 불가능하고 방역지침에 따라 몇 명 이상이 모이거나 식사를 하는 것도 금지됐다. 또한 학생은 학교에 가고, 회사원은 회사에 가고, 자영업자들은 각자의 일터로 가야 하는 일상들도 무너졌다.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 상황 속에서 우리뿐만 아니라 시간차를 두고 전 세계인들이 멈춰버린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팬데믹 상황은 개인과 가족뿐 아니라 지역사회 복지서비스 이용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유치원, 어린이집, 복지관, 주간보호센터, 보호작업장 등 발달장애인이 낮시간을 보내던 공간들은 확진자 발생상황에 따라 휴원, 휴관으로 부분적 또는 전면적으로 이용이 중지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달라진 일상에 힘들어하고 있지만, 그동안 지역사회 기반의 돌봄, 재활, 복지서비스에 대한 의존이 높았던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힘들게 지켜오고 연습해왔던 발달장애인의 일상생활 능력은 퇴행하였고 돌봄의 책임은 고스란히 가족에게 다시 돌아왔다.
장애를 가진 아동의 경우 전염병 유행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의 위험성이 더 높으며 코로나19 기간 동안 가정폭력을 경험할 위험성도 더욱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UNICEF,2020). 특히 지적장애와 발달장애를 지닌 아동, 그중에서도 자폐성 장애 아동의 경우에는 범유행으로 인한 불안, 스트레스, 기타 질환에 더 많이 시달릴 수 있으며, 등교 제한 등 일상생활의 변화에 특히 민감할 수 있다(Patel.k,2020)는 연구결과도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국내에서는 가중된 돌봄 부담을 견디지 못해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어머니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제주와 광주에서 연이어 발생했다(세계일보, 2020.3.18.; 한겨레, 2020.6.6.).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감염병 전파 위험을 차단하기 실시된 복지와 교육영역에서 서비스의 중단은 발달장애인의 행동 문제를 악화시켰고, 부모는 발달장애인 자녀의 돌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하게 했다.

이는 코로나19 시기에 맞는 지역사회 돌봄 및 복지서비스의 형태가 즉각적이고 실질적으로 변화해야 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감염병 상황은 인권감수성도 더욱 무뎌지게 만들었다. 장애인, 노인, 아동 등 취약계층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울산광역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실시한 「팬데믹 시대 발달장애인의 생활실태와 서비스 욕구 변화 연구」(2021.4.)결과에 따르면 일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154명의 발달장애인 중 코로나 19로 인해 일이 중단되었다고 응답한 사람은 30.7%로 나타났다. 그중 20.4%가 발달장애인 당사자만 일이 줄어들거나 중단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코로나19로 직원 중 발달장애인 당사자만 일이 중단된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가 65.7%로 조사되었고, 34.3%가 ‘차별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사되었다.
발달장애인에게 일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경제활동을 넘어 선 지역사회와의 교류이자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성장해가는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진다.
코로나19로 일이 중단된 후 일상생활의 가장 큰 변화로 ‘만나는 사람이 줄어들어 심심하거나 외로움(71.4%)’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외출, 여가 활동의 어려움(14.3%)’과 ‘경제적으로 어려워짐(9.5%)’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은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짐(4.8%)’으로 나타났다. 이것으로 발달장애인의 일이 중단될 경우 ‘경제적 어려움’보다 ‘만나는 사람이 줄어들어 심심하거나 외로움’ 즉 사회적 교류의 단절이 일상의 가장 큰 변화로 인식됨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시작 2년이 지나가는 현재 무너진 일상이 또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 새로운 패턴은 자해‧타해, 폭식, 수면장애, 정서불안과 같은 역기능적인 측면이 강화되어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에너지,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모두가 힘든 시기다’라는 말로는 위로가 되지 않고 희망을 갖기가 힘들다.
감염병 상황에서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삶을 위해 국가가 어떠한 사회적 돌봄 지원체계를 갖추고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실패, 개입, 수정의 기록과 반성을 통해 감염병 상황에서 더 취약해진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삶의 질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김민경 님은 울산광역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