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10-29 11:48
[154호] 이달의 인권도서-『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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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홀리 테펜 저 / 한스미디어 2021 / 정리 : 한주희

< 목 차 >
1. 좀 더 나은 방법으로 여행할 수 있을까?
2. 여행자가 알아야 하는 ‘탄소 위기’
3. 지속가능 여행 계획하기


여행이 간절해지는 요즘이다. 팬데믹 이후 타국으로 가는 비행길이 이토록 오래 막혀 있을 줄은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인들의 발목이 묶여 있는 동안 우리는 한편으로 또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바로 모두가 집안에 머무르며 이동을 최소화하자 몰라보게 푸른빛을 되찾은 자연의 모습들이다. 뿌옇던 하늘은 다시 푸르게 변하였고, 그동안 모습을 감췄던 동식물들이 다시 자신들의 터전으로 돌아오는 것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여행을 시작해도 괜찮은 것일까?’ 특히 지구 수명을 위협하는 기후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요즘이기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여행 산업은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며 기후위기를 앞당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어왔다. 2018년 발표된 네이처 자연기후변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 배출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 여행 산업의 성장이 제조·건설·서비스 산업의 성장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여행 산업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되는 것은 바로 항공 산업이다.
비행기가 기후 오염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스웨덴의 룬드대학교에서 발표한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로 왕복 여행을 한 번 하는 동안 탄소 4톤이 배출된다고 한다. 이는 일 년 동안 재활용을 열심히 해서 아낄 수 있는 탄소량의 20배이며, 세계자원연구소(WRI)가 규정한 1인당 연간 탄소 허용치인 2.5톤을 가볍게 뛰어넘는 수치다. 스웨덴에서는 재급유하는 모든 항공기에 의무적으로 재생가능 에너지와 혼합한 연료를 사용하도록 규제할 것을 요구한다. 이것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보다 환경 친화적이고 비용효율적인 방법이 라고 했다.

관광지마다 쌓여가는 쓰레기도 문제다. 벌써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이 풀리자마자 국립공원들은 넘쳐나는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고, 멋진 경치는 자동차에 가려졌으며,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관광객들은 생태계 이곳저곳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여행 기분에 들 떠 휴가기간 동안 플라스틱 생수병을 수십 개 쓰고 버리는 건 다반사며, 많은 음식을 남기면서도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필요 없는 기념품들을 충동구매하며 자원을 낭비하기 일쑤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속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면서 여행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 홀리 터펜은 이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여행을 멈추는 대신,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이다.
우선,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무조건 비행기를 적게 타야 한다. 기회가 생기면 비행기에 올랐던 사람이라면, 그간의 습관을 고쳐서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서 이동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되도록 집에서 가까운 곳, 멀지 않은 곳을 먼저 여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오문완 교수님의 “가까운 지역부터 걸어서 조금씩 반경을 넓혀가며 여행하기”라는 말씀이 떠오른다.

여행의 횟수도 절대적으로 줄이자. 환경과 지역사회에 부담을 주는 ‘과잉관광’은 늘 많은 문제를 일으켜왔다. 특히 인스타 등 SNS 피드에 자주 올라오는 ‘인생 여행지’들은 매년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는다. 이탈리아의 수상 도시 베네치아는 에어비앤비 같은 휴가철 숙소들 때문에 임대료가 너무 올라 현지인들이 살기 힘든 도시가 되었고, 크로아티아의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두브로브니크 같은 도시는 크루즈 관광객들이 몰려들며 이발소·정육점·식료품점 같은 지역 편의시설들이 전부 기념품 가게로 바뀌었다. 10번 아니 서너 번 이상 갈 걸 1번으로 줄여서 계획하자는 말일 것이다.

숙소를 선택할 때도 ‘지속가능한’ 방식을 따를 수 있다. 객실을 운영할 때 되도록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에너지와 물을 절약하는 운영정책을 지키는 친환경 숙소를 선택하는 것이다. 보통 대형 호텔 체인보다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숙소들이 이에 해당한다. (종이빨대, 풀, 나무, 돌이나 흙으로 만든 용기 등등)
이제 공산품처럼 찍어낸 듯 만들어진 여행은 더 이상 소비하지 말자. 정말로 늦기 전에, 그 아름다운 풍경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좋은 여행은 우리의 인생뿐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에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