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9-29 10:41
[153호] 인권 포커스 - 속 빈 강정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약칭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되짚어 본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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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빈 강정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
(약칭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되짚어 본다.


김성길



지난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검토하여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마련하여, 지난 8월 23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 입법예고가 만료되었다.

해당 시행령을 두고 노동계 및 시민단체는 법의 입법 취지를 후퇴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유인즉슨, 중대재해처벌법 제1조(목적)를 살펴보면, “사업 또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ㆍ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법의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규정한 시행령이 본래 목적에 부합하는가가 논란의 본질인 것이다.
더 나아가 직업성 질병의 범위를 과도히 축소하고, 2인 1조 작업과 같이 재해 예방에 필요한 적정인력과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또한 안전보건관리 외주화의 길을 열어둔 것도 경영책임자의 의무와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 문제라는 것이다. 노동계는 뇌심혈관계 질환, 근골격계 질환, 직업성 암 등도 중대재해처벌법상 직업성 질병에 포함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 제외됐다.

이에 대해서 경영계 역시 만족하지 않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23일 26개 경제단체와 공동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한 경제계 공동건의서를 관계부처에 제출했다. 이들은 “이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될 경우 많은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사업장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한 경영책임자가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행령을 보완해 달라”고 촉구했다. 결국 노동계, 경영계 모두가 불만인 법안이 만들어진 경우이다.
이와 관련하여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설명자료에 따르면, “인과관계 명확성(급성), 사업주의 예방가능성, 피해의 심각성 등 중대재해에 포함되는 직업성 질병을 정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한다는 이유로, 시행령에서는 급성중독, 독성감염, 압착증, 산소결핍증, 열사병 등 24가지에 직업병에 한해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직업병을 국한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정의) 제2호 다목은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애초에 중대재해란 것이 급성 (중독)사고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즉, 국회에서 중대재해를 막고자 하는 국민의 염원이 법으로 제정되었지만, 관료들이 중심이 되어 제정된 시행령에서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세부내용이 좁아진 것이다.

업무상 재해의 유형은 사망, 부상, 질병의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인데, 중대재해처벌법의 가장 큰 특징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라는 점에서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손해의 전보를 넘어서 가해자에게 금전적 벌칙의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기에 가장 중한 사망을 그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부상 중 중상해의 경우(예컨대, 노동능력 100%상실 상태인 산재 1~3급 상태)에는 사망에 버금가는 큰 불이익이 발생하고, 질병에 있어서도 최근 문제가 되는 직업성 암이나 희귀난치성 질환 역시 중상해 만큼 피해자에게 커다란 불이익을 야기하므로, 이번 시행령 제정안처럼 급성 중독사고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산업재해라면 유형을 나눌 것이 아니라, 재해에 이르게 된 경위, 재해 정도 등을 참작하여 ‘징벌’의 필요성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마땅하다.

한편으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규정이 모호하여 해석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산업안전보건법과의 관계에서도 특별법도 아니고 우선 적용한다는 규정도 없어서 산안법과 함께 법적용이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 법원에서 사건화 됐을 때 어떻게 판단할지 축적돼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고용노동부는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출범(‘21.7월)하고, 사망 사고가 다발한 건설업 본사에 대한 안전보건관리체계 진단 및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있으며 산업현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 감소를 위해 “위험사업장 집중단속 기간“을 운영하면서 3대 안전조치 준수 등 사업장 지도・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앞두고 고용노동부가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위반하여 노동자 사망 사고를 유발한 사업주는 앞으로도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엄정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은 반갑고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울산 관내를 보면, 현대중공업에서는 잇따른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고, 특별근로감독, 국정감사를 거치고도 나아지는 것을 확인하기 어렵다. 한편, 울산지방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레미콘 제조업체 대표와 회사 법인에 각각 벌금 1000만 원을, 이 회사 정비업무 담당자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하였고, 아울러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건설현장 사망사고에 있어서 울산지법 형사3단독(판사 김용희)은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하청 건설업체 대표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원청에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는데 그쳐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나마 예전엔 벌금 500만원에서 그래도 안전에 대한 이슈가 불거지고 그래도 벌금이 올랐다고 만족해야 하는지 자조석인 웃음을 멈출 수가 없다.

세상이 떠들썩하게 요란을 피웠지만, 결국 이대로 가다간 속 빈 강정에 불과한 불필요한 법률만 하나 더 늘어날 뿐, 사람들의 눈속임에 지나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괜한 걱정에 불과하기를 바랄 뿐이다.


※ 김성길 님은 공인노무사이며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