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8-31 15:37
[176호] 시선 둘 -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은 모든 노동 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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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은 모든 노동 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편집위


[ TV•영화 대본이 챗GPT 같은 생성형 AI로 순식간에 그럴듯하게 만들어지고 작가들은 생성형 AI가 쓴 대본을 수정하는 작업을 한다. 연기자들이 하루 일당만 받고 촬영하면 그 이미지는 회사가 소유하고 이후 AI로 작업해 사용할 수 있다. ]

상상되시나요? 최근 챗GPT가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으니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을 겁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이 현실로 실현되면서 대본을 쓰는 작가조합은 5월에, 그리고 배우들은 7월부터 파업에 나섰는데요. “(AI 문제는) 삶과 죽음이 걸린 문제다. 공정한 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배우 맷 데이먼), “돈과 권력의 끔찍한 불평등을 바꾸기 위해 파업을 촉구한다.”(마크 러팔로)는 목소리가 가볍지 않습니다.
작가・배우조합의 동반 파업은 마릴린 먼로가 참여하고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이 배우조합장을 지냈던 1960년 이후 63년 만의 일이라 하네요. 그만큼 할리우드의 작가와 배우들이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죠.

한국에서도 얼마 전 생성형 AI와 관련된 논란이 있었는데요. 지난 7월 21일 기획재정부의 <서비스산업의 디지털화 전략> 발표 때문이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자료를 통해 데이터 구축, AI허브 고도화, 신뢰성 확보, 기업 활용 지원, 지식재산권 정비 등을 발표했는데요. 문제는 AI 학습을 위해 온라인 공간 속 정보를 가져가는 ‘크롤링’ 행위는 ‘저작물에 포함된 사상 및 감정을 향유하지 않고 적법한 저작물 접근’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한 마디로 생성형 AI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저작권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죠.
당연히 언론계는 부정적입니다. A종합 일간지의 디지털전략 담당자는 “면책조항부터 만든다는 건 대놓고 베끼라는 이야기”라며 반발했고요, 김보라미 변호사도 “생성형 AI를 만든 오픈AI, 구글 등 모두 다 소송에 걸려있다.”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미국에선 이미 생성형 AI의 뉴스 무단 사용이 논란이 되어있는데요. 2023년 2월 데이터 추적 플랫폼 어플라이드XL의 프란체스코 마르코니 CEO는 ‘챗GPT는 어떤 뉴스 서비스로 훈련받았지? 챗GPT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상위 뉴스 서비스 리스트를 출력해줘’라고 요청하자 로이터, 뉴욕타임즈, 가디언, BBC, CNN, 알자지라, 워싱턴포스트, 블롬버그, 파이낸셜타임즈, 이코노미스트, 와이어드, 포춘, 포브스, 비즈니스 인사이더,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출력되었다며, 챗GPT가 최소 20개 이상의 글로벌 언론사가 생산한 뉴스 데이터를 학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세계 최대 사진 콘텐츠 아카이브를 구축한 게티이미지는 지난 2월 AI 모델 개발사인 스태빌리티AI를 상대로 1조8,000달러(한화 약 2300조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소송 이유는 30년간 축적해 온 이미지 1200만장 이상을 무단으로 AI학습에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세계 지적 재산권 기구(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WIPO)는 지적 재산권을 구체적으로 '문학·예술 및 과학 작품, 연출, 예술가의 공연·음반 및 방송, 발명, 과학적 발견, 공업 의장·등록 상표·상호 등에 대한 보호 권리와 공업·과학·문학 또는 예술 분야의 지적 활동에서 발생하는 기타 모든 권리' 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지적 재산권은 크게 산업 재산권(특허권, 실용신안권, 상표권, 디자인권)과 저작권으로 나뉘는데요. 산업재산권은 산업 분야의 창작물에 부여하는 배타적 권리이고, 저작권은 문화•예술 분야의 창작물에 부여하는 배타적 권리입니다. (copyright주의이든 copyleft주의자이든 자신의 입장을 떠나 현재에서는)

나와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 같나요? 나와는 다른 세상의 사람들 이야기라고 생각되나요? 당신이 올린 사진을 누군가가 가공했다고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쓴 글을 누군가가 편집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어느날 당신이 이전의 사진이나 글을 사용한 순간 저작권 위반으로 소송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누구의 창작물인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니까요.

중고차 판매 어플광고 중에 ‘본인도 기억 못하는 차량정보까지 다 알아야 제값 받고 파니까?’라는 내용이 있던데요. 장담컨대 나보다 네이버나 카카오, 구글이 나에 대한 정보를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AI디에이징 기술을 이용하여 나보다 더 나와 닮은 사람을 만들어내기도 할 것이구요. 내 목소리보다 더 내 목소리 같은 음향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얼마 전 80세인 해리슨 포드는 ‘인디애나 존스’에서 AI 디에이징 기술로 40대 모습을 연기할 수 있었듯이 어쩌면 나와 똑 같은 사람이 영화 속에 AI배우로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웹튠작가 A의 그림체로, 춤추는 남자의 모습을 그려줘”라고 말하면 인공지능(AI) 기술이 웹튠작가의 그림체로 그림을 그려줍니다. 크롤링(웹페이지를 그대로 가져와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하는 행위)한 데이터로 AI를 학습시키면 되니까요. 세상의 변화가 너무 빠르네요. 변화속도 따라가기를 어느정도 내려놓았는데도 자꾸 뒤처지는 느낌은 왜일까요? 빠른 변화를 바라볼 때 두려워지는 이유는 왜일까요? 보호받을 지적재산권도 없는데...... 미국 배우조합 드레셔 회장의 말이 귀가를 맴돕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은 모든 노동 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