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9-10 12:13
[45호] 인권포커스 -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 사찰을 막아내는 것은 바로 국민의 몫입니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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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원 l 편집위원

지난 5월 국무총리실 산한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진행된 불법사찰 문건이 언론에 드러났다. 이 문건에 따르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설립목적이 ‘노무현 정권 코드인사들의 음성적 저항과 일부 공직자들의 복지부동으로 인해 VIP의 국정수행에 차질을 빚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경악스럽다.
현기환, 정두언 의원과 관련하여 2009년 1월 21일 작성된 ‘해야할 일 12’ 파일에는 ‘사하구청장 조정화, 현기환(초선.사하갑) 의원이 대통령 비방, 친박쪽으로 9일 상경. 국회의원은 현의원을, 산하단체는 광주은행 감사(정두언과 친함)를 타깃으로’라고 기록됐다.
백원우, 이석현 의원관 관련된 ‘1014 해야할 일’ 파일에는 ‘백원우.이석현 고나련 후원회, 동향, 지원 그룹이 실체가 드러나도록 보고하라’는 내용이 수차례 나온다.
특정 공공기관장들에 대해서도 ‘따라 붙어서 자르라. 날릴 수 있도록. 내가 한번 워닝(경고) 정도 제안’등의 내용들이 나온다.
특정 인사를 두고 그 주변과 후원회까지, 사실상 사찰대상이 대한민국 전체였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사보고서 중에는 “대상자는 계속 소주를 마시며 뭔가를 애원하듯이 이야기했지만, 내연녀는 다소 무덤덤한 표정으로 듣고만 있었고, 술은 마시지 않았다.”라는 내용도 있다. 근접미행을 하지 않고는 도저히 작성될 수 없는 내용이다.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 제18에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되 있다.
인간의 존엄성 구현과 관련된 조항이며, 국가가 존재하는 목적과 국가의 근본 이념이 담겨있다.
즉, 국민이 가지는 인간존엄성이 침해당할 경우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보호해 주어야 한다.

다만 헌법은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비밀이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한 경우에는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반드시 법률에 의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조사목적, 조사의 주체, 방법, 절차가 적법해야 한다. 범죄수사를 목적으로 하여도 반드시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야 한다.

그런데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직무감찰이란 명목 하에 국가가 나서서 국민이 가지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했다. 이는 역사 이래 권력을 가진 자들이 권력유지를 위해 감찰은 불가피 하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당연히 불법 감찰의 유혹에 빠져든다.
문제는 우리 국민들조차도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데 있다.

감찰은 법률에 의해 조사권을 부여받은 기관만이 할 수 있다. 대부분 공무원의 직무를 대상을 하기 때문에 직무감찰이라고 한다. 그런데 공직윤리직원관실은 감찰권한이 없다. 국무총리실 직제규정에 의하면 조사권한은 법무감사담당관에게 있다. 조사권한을 가진 법무감사담당관은 국무총리실과 그 소속기관 및 소관 공공기관의 공무원에 대해서만 조사할 수 있다. 그 외의 공무원에 대해선 조사권한이 없다. 민간인에 대해서는 말할 나위가 없다.

당연히 불법이다. 그런데 이것은 그냥 불법이다라고만 치부해서는 안 될 일이다.
왜냐하면 권력을 이용해 국민을 대상으로 감시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엄연히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근본이념을 부정한 사건이다. 끈질기게 추적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반복되지 않는다. 통합진보당 문제로 인해 수면 밑으로 스며들어가 버리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대한민국 헌법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국가의 근본이념이 담겨있다. 인간의 존엄성 구현과 관련된 조항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 핵심은 애국가도 아니고, 국기에 대한 경례도 아니다. 그런데 이 사회는 애국가와 국기에 대한 경례를 외우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는 목소리를 높이지만 헌법 전문과 130개 조항에 대해서는 가르치려 하지도 않는다.

헌법을 아는 국민만이 헌법에 깃든 정신을 지키려 하고, 이를 훼손한 중대범죄와 그렇지 않은 범죄를 구별할 수 있다. 공무원이 국가권력을 이용해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뇌물을 받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이제 다시 국민의 권리를 찾는 것.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는 것, 우리 헌법에 명시된 국가이념을 보장하는 것, 이는 국민의 몫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