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1-1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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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건강한가?
송혜림 l 회원
미국에서도 시골동네에 머무니 자연을 옆에 두고 살고 있지요. 아니, 자연은 원래부터 이 곳에 있었으니 자연이 저에게 한 자리 허락했다고 해야 할까보네요.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저에게 자연은 생명과 삶에 대한 무한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나무 꽃 뿐 아니라 작은 동물들도 늘 함께 있어, 새벽에는 공작새가 어슬렁거리고 뒷마당에서는 이 추운 날씨에도 청솔모가 아예 자기 집처럼 익숙하고 분주합니다. 길 가에 뱀도 이젠 낯설지 않고요. 언젠가는 동네에 코요테가 나타났다고 조심하라는 쪽지가 온 전봇대에 달리더니 관계기관에서 나와 잡아갔다는군요. 높은 산 깊은 숲에서 곰에 물려죽거나 실종된 사람들 이야기도 간간히 들려옵니다. 그런 곰은 잡아서 죽인다는데, 한 번 사람을 공격한 곰은 그 습관이 남아있어 위험하다는 것이 한 이유가 되는 모양이고요. 최근에는 농장을 습격하는 늑대를 아예 박멸시킬 만한 법 제정을 두고 동물단체와 농부들 간에 논쟁이 있기도 했고요. 그럴 때마다, 자연 보호 그리고 인간의 생명 이라는 기준 사이에서 동물과 인간, 자연과 사람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길은 뭘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래서 아마도 도종환 시인은, ‘누가 더 놀랐을까’ 라고 소박하지만 진지하게 묻고 있는 것이겠지요. “한번은 방에 뱀이 들어온 적도 있습니다....기겁을 하고 놀라며...정신을 차리고 나니 ‘뱀은 얼마나 놀랐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배춧잎을 솎아주다 벌레를 만나면 “엄마야!” 하고 외칩니다. 그런데 누가 더 놀랐을까요? 우리는...나를 중심으로 생각합니다...다른 생명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지 않습니다....해월 선생은 천지부모(天地父母)라 하셨습니다. 대지와 하늘이 우리를 부모처럼 먹여 살리신다는 겁니다...노자에서도 생이불유(生而不有)라 합니다. 자연은 우리를 거기 깃들어 살게 할 뿐 내 것, 내 소유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내 것인가 아닌가,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인
가 아닌가의 관점으로 보는 일에 익숙해 있는데 자연에서 그런 걸 배워야 하지요. 자연은 우리에게 우주적 대가족주의에 대해 가르쳐 줍니다“ 한겨레신문 도종환 나의 삶 나의 시 45 (2011년 5월)
개발과 보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우리의 모습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최근의 복지논쟁도 복지와 성장 중 어디에 더 방점을 찍을 것인가 혹은 이 둘의 균형이 과연 가능한가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본다면, 바야흐로 양극화에 대한 불안이 조화와 협력 그리고 상생을 향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현실의 제약 속에서 우리가 소망하는 이상향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그래서 또 고민이 필요한 것이겠지요.
신형철은 그의 산문집 ‘느낌의 공동체’ 문학동네, 2011, 275쪽.
에서 당위와 현실에 대해 말합니다. 이 둘이 팽팽하게 긴장될 때 고뇌가 생겨난다고요. "당위의 힘이 지나치게 커지면 억압이 생겨나고, 현실의 힘이 지나치게 커지면 마비가 올 것이다. 그러니 자주 흔들리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일 것이고 고뇌는 건강한 사회의 증명서일 것이다...고뇌는 공동체의 배수진이다. 그 진지가 무너지면 우리는 괴물이 되고 말 것이다“.
결국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개방적 소통이 가능해야 하고, 차이가 드러나야 하며, 다양성을 포용해야 하겠지요. 더불어 언론은 공정해야 하고, 소수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할 터이고요.
우리 사회는 과연 건강한 공동체인가, 묻게 됩니다. 누군가는,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가라고 했지요. 자연을 통해 적당한 간격과 공존 그리고 평화의 길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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