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권이 없어서 그런가?
김창원 l 운영위원
1
“아빠! 짜증난다.”
갑작스런 아들의 질문에 약간의 당황스러움을 감추며 물었다.
“왜?”
“아니. 축구장은 많은데 농구골대 있는데가 없잖아요!”
“왜? 학교에 가면 없니?”
“학교도 잘 없어요. 그리고 중?고등학교는 멀리가야 하잖아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머릿속으로 빠르게 체육시설들을 훑어보았다.
태화강변을 그려보니 축구장과 야구장, 그리고 테니스장... 그 외 운동기구들이 떠오른다.
동천체육관도 머릿속에 농구골대가 떠오르지 않는다.
동천강변 역시 자전거 교육장…….
“그러고 보니 농구골대 있는 곳이 별로 없다. 왜 그렇지?”
“어른들이 자기들 운동하는 거만 신경 쓰고... 청소년들이 제일 좋아하는 게 농군데. 그냥 골대 하나만 있어도 되는데 왜 안 해주는지 몰라.”
그러고 보니 테니스협회, 축구협회, 궁도협회, 야구협회 등등 생활체육회 소속 협회들이 이름 내걸고 많은 행사들을 하는데 ‘농구협회’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울산을 연고지로 하는 모비스 농구단도 있는데…….
내친김에 울산시 공공체육시설을 살펴보니 2010년 기준 223개중 동네체육시설(간이운동장)이 167개다. 그 외 육상경기장 4, 축구장 22, 야구장 1, 테니스장 5, 씨름장 1. 그 외 퍼블릭 스포츠 시설로 국궁장, 양궁장, 수영장 등이 있다.
선거 때만 되면 많은 후보들이 생활체육을 위한 공약들도 내걸고, 성인협회들 역시 자신들의 운동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쓰는데, 중?고등학생들에게 인기 많은 종목중 하나인 농구골대 하나 설치를 위해 애쓰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아마도 우리는 무언중에 중.고등학생 자녀들에게 공부만을 요구하고 있진 않은가?
2.
“김밥 한 줄도 1,500원인데, 쌀 후원이 안 들어오면(반찬 없이) 밥만 먹여야 하고..”
며칠 전 중앙일간지의 한 면에 나온 기사의 첫 구절이다. 그 밑에는 서울의 한 보육원 원장의 하소연도 덧
인권포커스
붙여져 있다.
“강남의 지역아동센터(저소득층 자녀를 낮 시간 동안 돌봐주는 시설) 한 끼 지원금은 5,000원으로 보육원 아이들 세끼 지원금을 합친 것보다 많다. 그 만큼은 아니더라도 3,000원 수준으로 현실화 되는 게 소원”이란다.
몇 년 전 식대를 아껴보려고 값싼 분유를 먹였다가 여아들이 집단 설사를 일으켜 당황했다는 원장의 이야기며, 식단을 짤 때마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 못 먹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머리를 쥐어짠다는 영양사의 하소연에 괜히 콧등이 시큰해진다. 간간히 들어오는 후원금으로 겨우 영양공급에 맞추다 보니 아이들 옷은 언감생심. 피복비 연간 지원금은 15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얼마 전 정부의 0~2세 무상보육 폐기 방침에 대선후보 3명이 100% 무상보육으로 가야 한다며 반발했는데, 그에 반해 보육원 아동에 대해서는(투표권 있는) 부모가 없어서 그런지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지방의 한 보육원 원장의 말에 씁쓸해진다.
3.
혹시 우리 아이들이 땀 흘리며 뛰놀 수 있는 농구골대 없는 것도 청소년들이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보육원 아이들에게도 투표권이 있다면 한 끼 급식비가 1,500원에 한숨을 쉬는 일은 없지 않을까?(올해 1,400원이었는데 3,000원으로 현실화해달라는 한국아동복지협회의 요청에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100원을 인상한 것이다.)
대통령선거라는 큰 전환점을 앞에 두고 각 후보들이 복지공약을 쏟아놓는다. 포플리즘이니 뭐니 하면서 표에 편승된 모습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
나 역시 일상 속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차이로 인해 차별받는 많은 이들을 외면하고 있진 않은가?
‘차별 없는 세상~!’이란 구호가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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