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나와 커다란 인권
윤경일 l 회원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본좌는 누가 보더라도 거대한 몸집을 자랑한다. 보통 인간이라면 넘볼 수 없는 0.1t의 벽을 훌쩍 넘겨버리는 육중한 몸무게 때문에 좋을 때보다는 힘들 때가 많은데 몇 가지 겪은 일을 통해 인권이야기를 내어보고자 한다.
인권연대 사무실은 북정동 한구석 중부도서관 뒤에 있다. 저녁에 모이게 되는 운영위 등의 회의를 마치게 되면 뒤풀이를 위해 구 시내 방향으로 이동해 한잔을 꺾는 곳이 있었는데 이곳의 화장실이 문제라면 문제다~
그리 깔끔한 상상은 아니겠지만, 보통의 술집들은 화장실을 남녀 구분하여 설치하지만 옛 건물들은 남자용 소변기(벽에 붙어있는 것)와 남녀공용 좌변기를 설치한곳이 많은데 이집도 그런 집이었다. 특히 남자용 소변기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측에 깊숙이 들어가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나에게는 이 폭이 문제였다.
과다한 맥주의 흡입으로 발생한 생리적 고통을 해결하려 들어갈 때마다 좌우로 삐딱하게 진입해야 하는데다 숨을 참고 홀쭉해졌다고 마음을 다잡으며 용무를 보고 나올 때까지 좌우 벽의 압박을 양쪽 팔로 느끼면서 생리작용을 해결해야하는 아픔이 있는 것이다.
물론 내 입장에서 보자면 지극히 비정상적(?!)인 박국장님 등은 아무런 문제없이 용무를 해결하고 나오면서 놀려대는 재미는 보너스겠지만 평균이상의 인간들도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인간적 화장실 폭을 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더불어 공중화장실의 좌변기도 마찬가지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내가 어린이용 변기에 앉은 듯 불편함을 갖게 하는 사이즈의 변기들도 존재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진정 거대한 변기가 당연하다는 듯이 존재할 미국으로 이민을 가야하나” 상상해보기도 한다.
옷도 마찬가지이다.
기성복이란 것이 사이즈를 평균적으로 마련하고 그에 맞춰 대량생산하여 판매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하늘이 내리신 이 몸매는 기성복 사이즈의 최대치를 넘어선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인 것이다. 일단 와이셔츠의 다른 부분은 어찌되지만 셔츠의 미적 감각의 최대 포인트인 넥타이와의 조화를 이루는 목 칼라 부분은 도저히 단추를 채우지 못하는 불상사가 있었다. 다행히 맞춤셔츠를 서비스하는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지금은 몸에 알맞은 셔츠를 입고는 있지만 “아~ 내가 보통 인간은 아니구나” 하는 뒤늦은 깨달음을 얻었다.
덧붙이자면 인권마라톤대회 진행요원에게 단체복으로 나눠주는 바람막이 등의 경우에 제일 큰 치수를 찾아 입어 봐도 꽉 죄는 그 압박감이란.... 그냥 한겨울에도 앞섶을 열고 다니는 게 편한 때도 있다.
세상의 모든 행사를 주관하는 이여! 또 단체복을 제작하는 제작자들이여! 개그콘서트의 ‘김준현’ 같은 인간들도 단체복으로 함께 어울려 잘 살아갈 수 있도록 3X, 4X도 한두 개는 꼭 제작해다오! 이 기회를 빌어 강력히 주창하는 바이다. 인권마라톤 단체복도 편하게 입을 있는 사이즈를 제작하라! 제작하라!
커피숍의 작은 의자, 빅사이즈가 없는 속옷, 혁대......
수없이 많은 불편들을 뒤로 하고~ 오늘은 요기까지!
몸보다 마음이 더 풍성하다고 주장하는
회원 윤경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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