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l 울산인권운동연대 상임대표
“나는 노예가 아닙니다. 인간으로 존중해 주세요.” “욕하고, 괴롭혀도 무조건 참아야 하나요.” “공장에서 안전하고, 문제없게 해준다면 회사를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의 선택을 기다리는 노예가 아닙니다.”
이주노동자들과 울산고용지원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선전전을 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쪽팔리는 이주노동정책을 고발하고, 항의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가 등록 미등록을 합해 백 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정부와 고용주들은 헐값의 손쉬운 노동력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틈만 나면 통제와 착취의 대상화에 열 올리며 아예 노예상태로 내몰고 있습니다. 노예시장에서 팔려가기만 기다리는 노예의 모습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사업장을 변경하려는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하던 구인업체 알선장을 8월1일부터는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사업장 변경허가를 받은 이주노동자는 고용센터에서 제공한 구인업체 리스트를 통해 자율적으로 연락하고 계약을 체결하여 사업장에 취업이 가능하였습니다. 이 또한 근본적으로는 직장이동 변경 사유의 제한과, 횟수의 제한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상황이 전혀 아니었음은 물론입니다. 그것도 모자랐던 모양입니다.
이번에 고용노동부의 방침에 따르면, 사업장 변경기간인 3개월 안에 이주노동자는 사업주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고용해줄 것을 기다리는 행위 외에는 어떠한 구직노력도 할 수가 없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업주의 구직제안을 거절할 경우 2주 동안 알선이 중단되는 조치입니다.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는 사업장의 근무조건을 비교하기는커녕 언제 사업주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올지 모르는 불안함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주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주노동자는 이제 사업장을 선택할 권리는 없고 사업주에게 선택당할 권리만 있는 것입니다. 주인에게 간택당하길 기다리는 노예처럼, 인간시장의 노예들로 만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게다가 주인이 오라는데 불응하면 2주간은 알선중단조치로 보복조치까지 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현대판 노예제도의 부활입니다.
사업장변경을 원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말합니다. “어깨와 허리가 너무 아파서 일을 못하겠습니다”, “이주노동자들만 냄새나는 약품 쓰는 일 시킵니다. 보호구도 없습니다. 고개 돌리고 하면 된대요”, “사업주가 죽여 버린다고 협박하고 저를 감금했습니다.”, “기숙사가 공장 바로 위라서 기계소리, 진동, 먼지, 뜨거운 열 때문에 잠잘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탈출할 수 없을까요?”, “하루라도 더 이곳에 있게 되면 정신병에 걸려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이렇듯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노예노동, 강제노동이 따로 없습니다. 저임금, 강도 높은 작업, 근로기준법 위반, 폭행과 폭언, 유해위험작업, 산업재해 무방비 노출, 열악한 기숙사시설 등과 같은 문제들로 회사를 옮기고자 합니다.
열악한 노동환경의 사업장을 감독하고 개선해서 건강한 노동시장을 만들어 나가야할 고용노동부가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을 옥죄어 노예시장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직장선택의 자유는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노동자에게 인정되는 권리입니다. 이주노동자도 행복추구권에서 유래하는 계약의 자유와 노동권의 주체임을 헌법재판소가 인정하였습니다. 이주노동자라 하여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헌법은 물론이고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취업 및 직업에 있어서 차별대우에 관한 국제협약(ILO 제111호 협약)’에도 위반됩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대책’ ‘지침’은 어떤 법보다 우선인 듯합니다.
이 정부의 비상식 수준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쪽팔리는 줄도 모르는 이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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