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9-10 14:13
[46호] 여는글 - 천수답 회상기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10,105  

이영환 l 편집위원장

100여년만의 가뭄이 온 국민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21세기 최첨단을 달리는 이 시기에 하늘만 쳐다보며 비를 기다리는 모습이 19세기의 천수답에 농사를 짓는 농부의 모습처럼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홍수잡고 가뭄막고”는 “생명이 깨어나는 강 새로운 대한민국 4대강 살리기”라는 대한민국 정부 발간 4대강 사업 홍보 책자에 실린 구호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와 동떨어진 모습이다. 우리나라 농경지 170만ha중에 전체 약 2%수준인 370ha만이 4대강 사업으로 물을 공급받는다고 한다. 오히려 4대강 사업으로 댐이나 보에 물을 채우면 인근하천의 물은 말라버려 가뭄이 심화된다는 2012년 대한하천학회의 보고는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의 용처가 분명 잘못됐다는 반증이며 환경학적인 재앙 이외에는 설명이 안된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일 브라질에서 열린 유엔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리우 + 20) 기조연설에서 “200년 빈도의 기상이변에 대비해 추진된 수자원 인프라 개선사업(4 대강 살리기 사업)은 홍수와 가뭄 모두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라고 이명박 대통령이 대내외에 주장했는데 이럴 때 보면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 이야기 같아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타들어 가는 농심이 저 먼 나라의 애기인 것도 같다. 하기야 워낙 현명하신 가카이니 19세기의 문제쯤 눈에나 찰까?
그저 불쌍한 소시민들 끼리 명태포에 막걸리로 기우제나 지내야겠지.
그렇지! 전문가 불러야 겠지!

허허스러운 목마른 오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