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원 l 회 원
편도 3차선 도로~!
2차선에 자리하고 전방을 바라보며 운전대를 잡고 있습니다. 부쩍 몸이 안 좋아지신 아버지 때문에 고향으로 달려가는 길입니다. 앞쪽에 한 무리 차량이 지나간 후 차량간격이 있어서일까요? 중앙 분리대 화단 쪽에서 나이 드신 아주머니 한분이 등에 봇짐을 메고 손을 들고 걸어 나옵니다. 멀리서 눈에 들어온 모습이지만 위험해 보입니다. 바로 앞에 차량 한 대를 뒤따르며 깜빡이등을 넣고 서서히 속도를 줄입니다. 갑자기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아주머니 몸이 붕 위로 떠오르더니 도로위로 떨어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앞차가 멈춥니다. 그러더니 운전자가 내립니다.
바로 따라 저도 앞차와 3~4m 사이를 두고 정차한 후 비상깜박이 등을 켠 채 차에서 내립니다. 앞차를 지나 걸어가 보니 할아버지 한분이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려 합니다. 두 분 다 60대 중반의 모습입니다. 아마도 할머니를 차에 태워 병원으로 옮길 생각인가 봅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고통스러워합니다. 도로위로 떨어질 때 무릎을 찧는 것 같던데 아마도 다리가 성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머리에서 피도 흐릅니다.
할아버지에게 다가갑니다.
‘119를 불러야 한다며 할머니를 그냥 누워계시게 두시라’했습니다. 그리고 119에 전화를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웃옷을 벗어 할머니 몸을 덮어드립니다. 할머니를 살피며 당황하는 할아버지를 진정시키며, 119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차들이 무심히 지나갑니다. 아무도 나와서 도와주려 하지 않습니다. 무심히 지나치는 차량들 사이사이로 눈치를 보며 이리저리 흩어진 할머니의 안경과 신발 등 소품들을 챙깁니다. 눈에 보이는 소품들은 다 챙긴듯한데 할머니 신발 한쪽은 보이지 않습니다. 119 차량을 기다리며 112에 전화를 합니다.
10여분쯤 흘러 119차량이 도착했습니다.
남, 여 두 명의 대원이 출동했습니다. 할머니지만 다리에 부상을 입은 상태라 힘을 보탭니다. 할아버지도 함께 힘을 보태려 합니다. 119차량에 할머니를 태우고, 할머니의 등짐과 신발, 안경 등 소품들도 앰블런스 안으로 챙겨 넣습니다. 119대원들이 충돌의 흔적이 남겨진 할아버지의 차를 사진에 담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경적을 울리며 자리를 뜹니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왕복 6차선 도로의 한쪽 차선 중앙(2차선)을 가로막고 서있습니다. 저희를 지켜주는 것은 할아버지 차와 그 뒤에 비상깜빡이를 켜고 있는 제 차 두 대 뿐입니다.
차량들이 1차선과 3차선으로 지나가며 창문을 열고 욕을 합니다.
도로 중앙 가로막고 서있는 두 사람의 차 때문에 흐름이 끊어진 상황이 화가 나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접촉사고가 났다고 생각하고 있겠지요? 도로 위 수많은 차량들 속에 덩그러니 놓여 진채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 당황스러운지 할아버지가 자꾸 차로 가려고 합니다. 불안과 당황스러움을 이겨내지 못하시는 할아버지 한 팔을 잡고 진정시키면서 같이 도로중앙을 차지하고 서 있습니다. 여전히 찬바람은 무심하게 손과 얼굴을 스쳐 지나갑니다. 지나치는 차량들 속에서는 여전히 욕설들이 흘러나옵니다. 무심히 스쳐가는 바람 속에 그 욕설들을 흘려보냅니다.
경찰차가 도착했습니다.
아마 사고가 나고 20여분은 지난 듯합니다. 도착해서 첫 번째 묻는 말이 ‘사고당사자의 가족인가?’입니다. 목격자라 했더니 ‘블랙박스가 있느냐?’고 합니다. ‘블랙박스 없다’고 답하고 사고경위를 이야기 해준 뒤 언제든지 연락하면 본 그대로 이야기 해드리겠다며 전화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할아버지 차량을 빼는데 한참이 걸립니다. 양쪽차선의 차량들의 양보를 받아내는 게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제차는 뒤에 서있는 경찰차 덕분에 수월하게 이동했습니다.
집으로 달려가는 길~!
마음 한 구석이 아리하니 아파옵니다. 할머니가 쓰러져 있는 사고현장을 지나치면서도 아무도 차를 세우지 않습니다. 도로중앙에 서있는 두 사람을 향해 전후사정을 알지 못한 채 자신들의 불편을 앞세워 창문을 열고 욕을 합니다. 그 모습들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언제부터 우리들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온 모습일까요?
* 지인(知人)중 한분이 위독해지신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고향으로 달려가던 중 만난 사건을 전화로 알려왔습니다. 지금 현실의 모습을 반영하는 듯 하여 이야기를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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