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1-14 16:03
[72호] 9/11 MEMORIAL MUSEUM
 글쓴이 : 인턴3
조회 : 10,388  

이섬균 l 4기 인턴


원 월드트레이드 센터 (One World Trade Center), 일명 프리덤 타워(Freedom Tower)가 11월 4일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는 지난 9.11 테러 때 파괴 된 월드트레이드 센터 건물을 대신 하는 것이기에 상징적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건물의 개장 때문인지 미국 내에서는 9.11 테러 사건이 재조명 받고 있다.

월드트레이드 센터가 무너진 이후 폐허가 된 이 부지를 어떻게 사용할 지를 미국 내에서 오랫동안 고민했었다고 한다. 미국 내의 여론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추모 공원이나 기념 박물관으로 사용하자고 주장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무역, 경제, 상업 지구를 건설하기를 주장했다. 쌍둥이 빌딩이 있던 부지는 전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뉴욕, 그 뉴욕에서도 땅값이 가장 비싼 로우 맨하튼의 중심에 있기에 이 같은 고민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결국 미국은 이를 여론에 따라 그 일대에 9.11 기념박물관(9.11 memorial museum),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라는 이름의 추모공원이 조성되었다. 또 건물이 있던 자리에는 뉴욕의 상징이었던 쌍둥이 빌딩을 대신하여 새로운 상징이 될 인공폭포(memorial pools)가 만들어졌다.

11월 10일 월요일, 9.11 기념박물관을 다녀왔다. 박물관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검색대를 통과해야만 한다. 다른 테러의 목표가 될 수 있기에 이를 막기 위함으로 생각된다. 박물관에서 처음 본 것은 9.11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였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 당시의 대통령이었던 부시, 뉴욕 주지사와 시장, 국방부 장관들의 인터뷰와 그 당시의 긴급했던 상황을 그리고 있다.

내가 9.11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뉴스에서 본 짧은 영상이다. 불길을 피해 옥상으로 대피한 사람들이 연기를 이기지 못해 뛰어 내리는 장면이었다. 건물에서 날리는 종이로 착각했던 물체는 떨어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참혹하고 끔찍했던 당시의 상황을 상상하니 마음이 답답하고 무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또한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13년 전 3,000여명의 사상자가 생겼던 그 자리라는 생각이 드니, 내 행동 하나하나에 책임감이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전시물들을 속에서 차마 카메라를 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박물관의 전시물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지도 모른다. 9.11 희생자들의 친구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쓴 편지, 전 세계의 예술가들이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작품 등이 전시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희생자들의 사진들 역시 지나치게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내가 말하고픈 것은 이 물건들이 의미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편지나 작품 등은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물건이기에 굳이 이렇게 많은 공간을 차지하게 둘 필요가 있었는지가 의문이었다. 그래서인지 박물관을 둘러보는 내내 억지로 공간을 채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읽은 짧은 글에서 박물관의 전시물들이 왜 이렇게 부실한 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전부 다 부셔져서 그렇다. 아니, 부서졌다는 것 보다는 증발되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너무도 당연하고 너무도 간단한 이유였다. 대부분의 물건들이 증발되었기에 찾을 수 있는 물건들이 몇 되지 않는 것이었다. 커다란 2개의 고층 빌딩에서, 그 수많은 사람들이 일하던 일터에서, 수많은 물건들이 있던 곳에서 모든 물건들이 전부 증발되어 없어졌기에 발견된 물건들조차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박물관의 공간을 억지로 채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또한 지하 5층에 있는 건물의 기둥이나 남아있는 계단들을 그대로 보존하며 보여 주기 위해서는 박물관 건물을 작게 지을 수 없었음도 박물관의 공간을 억지로 채울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 일 것으로 생각된다. 박물관이 텅 빈 이유를 알고 나니 오히려 박물관의 엉성함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전시물로 꽉 차있었다면 느낄 수 없었을 쓸쓸함과 공허함이 나를 자극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땅에 위치하고 있는 텅 빈 박물관... 이것이 9.11 박물관에 대한 나의 기억이다. 하지만 볼 것이 없었던 박물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의 쓸쓸함은 미국인들의 아픔, 쓸쓸함 그리고 그들의 고뇌를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