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로 간 한국의 나쁜 기업,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가?
- 노스페이스, 영원무역의 사례 -
나현필 l 국제민주연대 상임활동가
방글라데시에서 섬유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섬유산업에 직접 고용된 사람이 300만 명이고 간접고용까지 합하면 2000만 명이 의류 및 섬유삼업에 종사하고 섬유산업 수출이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러한 섬유산업은 치타공의 수출가공지역에 집중해 있는데, 이 지역에서 가장 큰 회사가 영원무역이다.
- 영원무역은 1980년에 방글라데시 진출한 이래로, 현재 방글라데시에서 의류·신발 등 17개 생산법인과 1개 항공사를 운영하며 약 6만8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최대 외국인투자기업, 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으로 꼽힌다. 나이키, 노스페이스 등 30개의 세계적인 유명 의류 브랜드 회사에 OEM(original equipped manufacturing)방식으로 납품하는 영원무역의 2009년 총 매출액은 4,377억원이고, 치타공에만 36,000명의 노동자들이 고용되어 있는데, 다카 공장의 노동자 수까지 합치면 총 42,000명이다.
- 방글라데시 정부는 영원무역을 비롯한 의류 자본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업체들의 대부분이 입주해 있은 수출가공지역에서는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으며 회사와 소소한 복지관련 사안만을 협의할 수 있는 노동자대표자 복지위원회(Workers Representatives and Welfare Committee)만 존재한다. 노동자들이 파업이나 시위를 벌일 경우에 경찰들이 즉각 출동하여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특히, 방글라데시에서 ‘긴급행동대대’(Rapid Action Battalion, 흔히 RAB이라 부름)라 불리는 특수부대는 야당과 시민단체, 노동조합 관계자들에 대한 납치 및 고문과 살해로 국제인권단체로부터 ‘살인부대’라고 비판받는 부대인데, 한국 업체에서 노동자들의 시위가 발생하면 바로 이 RAB이 출동하고 있다.
- 방글라데시아 의류노동자들의 삶은 저임금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에 더해서 열악한 작업환경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2012. 11. 24일에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위치한 타즈린패션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최소 112명의 노동자가 사망함. 이 공장은 3층까지 건축허가를 받고는 9층까지 지은 건물에다가 각 층의 철문이 잠기고 비상계단도 없었음. 기업주가 구속되면 수출이 타격을 입는 다는 이유로 수감된 지 6개월 만에 풀려남. 그리고 2013년 4월 24일에 3개 의류공장이 입주한 라나플라자가 붕괴하면서 1129명의 노동자가 사망함. 마찬가지로, 낡은 건물에 불법 증개축이 이뤄졌고 비상구와 관련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음.
-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 수당을 다 더해도 한 달에 8만원이 채 되지 않는 임금으로는 견디기 어려운 한계상황으로 인하여, 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시위와 파업을 통해 임금인상을 요구해옴, 이 과정에서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과 발포로 많은 노동자들이 사망하고 부상당하거나,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체포 및 구금, 납치 및 살해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
- 2010년 12월 10일부터 임금인상이 발표되었으나, 막상 각종 수당이 줄어들었고, 비숙련공의 임금인상에 비해 숙련공들의 임금인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자, 영원무역 공장 노동자들을 비롯하여 치타공 수출가공공단 노동자들이 12월 11일에 시위에 나섬.
- 공단 앞에 벌어진 12월 11일 시위에 경찰이 발포하면서 3명이 숨지고 250명이 숨짐. 그러나 경찰에 의한 발포 사망자 외에도 12월 11일에, 영원무역 공장에서는 임금인상에 항의하는 노동자 5명을 관리자들이 데려간 후에, 이들 노동자들이 팔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것이 노동자들에게 발견됨. 이들은 병원으로 급히 이송되었으나, 이들의 생사는 현재까지도 밝혀지지 않았음. 영원무역은 사라진 5명의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며, 알지 못한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이들을 목격한 노동자들의 증언이 있음.
영원무역을 비롯한 한국 업체들에서는 지속적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 이뤄져왔다. 영원무역에서는 1997년에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 97명을 해고하였고, 2007년 국제노총(ITUC)보고서에는 방글라데시의 한국의류업체에서 노동조합 주도자에 대한 해고 및 용역을 동원한 위협이 이뤄졌다고 보고하고 있음.
- 2014년 1월 9일, 2012년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발표하였으나, 회사가 수당을 깎아서 인상폭이 크지 않았음. 이에 노동자들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고,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여성노동자 1명이 총에 맞아 숨짐.
- 깨끗한 옷 입기 캠페인(Clean Cloth Campaign)을 비롯하여 국제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의 인권침해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함. 국제노동단체들과 서구의류브랜드들은 방글라데시에서 대규모 참사가 연이어 발생하자 방글라데시 화재 건물 안전 협정’(Accord on Fire and Building Safety in Bangladesh)을 만들어 글로벌 브랜드들이 서명하게 하였고, ‘방글라데시 노동자 안전을 위한 동맹’(Alliance for Bangladesh Worker Safety·이하 ‘얼라이언스’)에 가입하도록 함.
-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의류 브랜드들이 낮은 생산단가를 요구하고 있어서 실제로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음. 불법 재하청을 통해, 시민사회의 감시망을 회피하고 있고, 실제 안전 진단 및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방글라데시 정부는 사태개선의 의지가 전혀 없음.
- 방글라데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원무역을 중심으로 한 한국 업체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 업체들은 글로벌 브랜드처럼 소비자와 국제사회의 비난에서 자유롭고, 폭력의 직접적 책임은 방글라데시 당국에 돌리면서 각종 혜택을 누리면서 노동자 탄압에 앞장서고 있다. 방글라데시 외국인투자에서 한국은 전체 3위이며, 의류/섬유 산업에서는 27.6%로 전체 1위이다.(한국의 뒤를 이어 홍콩, 버진아일랜드 인데 이들이 51%를 차지함.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에서 한국기업은 핵심적인 위치에 놓여있다. 그리고 한국은 OECD회원국으로 현지 노동자들의 인권문제에 대한 책임을 국제사회로부터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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