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10-30 16:47
[70호] 인권독서모임
 글쓴이 : 경화
조회 : 9,204  
   noname01.bmp (903.1K) [37] DATE : 2014-10-30 16:48:29
9월이여, 오라
 
아룬다티 로이 지음, 박혜영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
초판은 2004(원제는 Complete Essays)

? 목차

01. 홍수 앞에서
02. 작가와 세계화
 - '전문가'들에게 맡겨두어야 할 것인가
03. 왜 미국은 당장 전쟁을 중지해야 하는가
04. 9월이여, 오라
05. 노엄 촘스키의 외로움
06. 메소포타미아, 바빌론,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07. 인스턴트 제국 민주주의
08. 새로운 미국의 세기
해설 - 댐을 부수는 사람: 마들렌 번팅
 
역자 후기
발제 : 오문완

세계화란 식민주의의 변종에 불과하다
‘이라크 해방작전’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는 이 참혹한 전쟁에 분노한 대표적 작가이다. 로이는 “미국의 자유를 수호하고 이라크를 해방시키려는” 모든 이들에게 ‘신의 가호’를 요청한 조지 부시에게 분노하였고,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라크 민중들에게도 파쇄성 폭탄으로 민주주의를 건설해주겠다는 미국의 오만한 제국주의적 자세에 분노하였다. 그녀는 자유세계의 창녀로 전락한 ‘민주주의’에 분노하였고, 쇼 비즈니스로 전학하여 전쟁 광고에 열을 내는 미국식 ‘자유언론’에 분노하였다. 또 그녀는 이 전쟁에 쇠파리처럼 날아든 벡텔, 할리버튼과 같은 다국적기업들에 분노하였고, 마침내 제국의 시녀로 전락한 유엔에 분노하였다.

그 어느 저널리스트의 글보다도 로이의 글은 정확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현재 이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그녀의 시선은 언제나 약자들에게로 향해 있다. 이 지구상의 온갖 작은 것들, 연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것들, 어린이들, 민중들에게로 향해있다. ‘이라크 해방작전’에서 죽어간 수많은 어린이들과 민간인들이 로이에게는 낯설지 않다. 그녀에게 이라크는 먼 나라가 아니다.
미국의 침략과 점령으로 죽어간 이라크 민중은 바로 수많은 댐 건설로 삶터를 잃고 헤
매는 인도 민중들이었고, 나라마다 개발계획으로 수장되는 수많은 작은 곤충들과 숲이었다.

아룬다티 로이는 인도 케랄라주에서 태어나 건축가, 프로덕션 디자이너,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다 첫 소설 <작은 것들의 신>을 통해 작가가 되었다. 인도 기층사회의 오랜 가부장적 전통에 희생되어 온 사람들의 운명을 그린 이 작품으로 영어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의 하나인 영국의 부커상을 수상하면서, 그녀는 일약 세계적인 스타 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출판사의 주선으로 일 년 가량 전 세계를 여행하고 난 뒤 고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곧 그녀는 인도의 핵실험을 가열하게 비판한 <상상력의 종말>과 나르마다 개발계획의 재앙에 대한 글 <더 큰 공공선>을 발표하였고, 그 결과 인도의 주류사회로부터 쏟아지는 비난과 냉대에 직면하였다.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추진된 나르마다 댐 건설계획은 세계은행, 서양의 다국적기업, 그리고 이들과 손잡은 인도 엘리트들이 만든 국제적 부패의 현장이었고, 반대로 나르마다 강에 의지해 자급하면서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아왔던 수많은 풀뿌리 민중들에게는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도시빈민으로 떠돌면서 “복종하는 법과 아무에게나 말대답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하는 굴종의 현장이었다.

처음부터 로이는 작가의 임무란 ‘국익’이 아니라, 풀뿌리 민중의 삶을 옹호하는 데 있다고 생각하였다. 첫 소설 <작은 것들의 신>에도 드러나듯이, 그녀는 인도 남부 케랄라 주의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일상적으로 친근하게 대면했던 곤충들, 무성한 수목들, 정겹고 가난한 이웃들을 사랑했다.
이 모든 ‘작고 연약한 것들’에 대한 기억과 사랑이야말로 오늘날 로이가 반세계화운동의 뚜렷한 기수가 된 근원적인 토대였다. 로이는 ‘정의를 위한 전쟁’이라는 것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과 동시에, ‘자유무역’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는 ‘세계화’를 원천적으로 거부한다.
그녀는 전쟁과 세계화 경제로 말미암아 우리의 삶에서 신비와 행복과 우정이 사라지는 것에 분노하고, 개발과 발전의 이름으로 무수한 생명들이 짓밟히고, 상처를 입고, 죽어가는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못한다. 그래서 그녀는 자연에 의지해 살아온 대다수 가난한 민중들이 다국적기업과 미디어와 제3세계 권력엘리트와 전문가들에 의해서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에 온 힘으로 저항해왔다.
이렇게 해서, 로이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인기 작가의 길을 버리고, 풀뿌리 민중과 그들의 삶터를 지키려는 반세계화운동의 가시밭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녀는 작가란 어디까지나 진실을 알려고 노력해야 하는 존재이고, 진실을 알고 난 뒤에는 진실에 대하여 발언하는 것도, 침묵하는 것도 모두 정치적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
아룬다티 로이는 뜨거운 마음으로 놀랄 만큼 강렬하면서도 아름다운 언어를 통해서, 우리들에게 이제 우리도 진실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