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7-08 09:45
[67호] 여는 글 - 위험한 사회
 글쓴이 : 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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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l 공동대표



오랜만에 소나기를 만났습니다. 갑자기 쏟아진 것은 아니지만 우산을 들고 서있음에도 불안함을 느낄 정도이니 굉장한 비입니다. 참교육사수 교사결의대회 도중이라 미안했던지 전교조 지부장은 용띠인 자신이 비를 몰고 온다는 멘트를 날려보지만 그런 재치가 무색하게 세차게 내립니다.

박근혜정부에 의한 ‘노조가 아님’ 통보 조치는 적법하다는 법원이 판결은 법적용의 당파성을 확인하는 또 하나의 선례가 되었습니다.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보장하고자 한 규정이 도리어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말살하는 규정이 된 참담한 현실입니다. 단지 해고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이 모든 법적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힘겹게 쌓아 올린 민주주의의 시계바늘은 다시금 ‘80년대로 돌아가 멈춘 듯합니다.

이 판결은 1987년 민주항쟁 이후 삭제된 행정관청에 의한 노조해산명령을 다시금 부활시킨 것이고,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부정하는 반시대적 행위입니다. 번개와 천둥 그리고 세찬 빗줄기가 복선이 되어 앞날이 불안해 보일 듯도 한데, 용의 몰고 온 희망의 메시지일 뿐입니다.

세월은 그렇게 세월호의 참사를 버거워하는지도 모릅니다. 망각을 요구 받는 쯤 총기난사로 위험한 사회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알제리 전 참패가 국가적 참사인양 호들갑을 떨기 전에 국민의 존엄과 안전을 위협하는 이 사회를 성찰하는데 시선이 모아져야 할 때입니다.

독일의 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한 사회’론 통해 현대사회의 위험을 통찰하고 있습니다. 근대시민혁명을 통해 성립된 근대국가의 존재 이유가 시민의 안전입니다. 국가는 시민 안전을 보호 할 의무를 짐으로써 사회계약이 유지됩니다. 국가가 안전보장에 실패한다면 국가와 시민이 맺은 사회계약은 무효가 되기 때문에 안전한 개인과 사회는 정권의 핵심 과업입니다. 안전이 무너질 때 권력도 무너지는 것이 순리입니다.

‘위험사회’ 주창자 울리히 벡은 1차 근대사회의 위험은 과학기술의 발달 등으로 충분히  통제가 가능했고 가능하다고 진단하지만 2차 근대사회의 위험 즉 핵 발전, 광우병, 신종 전염병, 유전자조작식품,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금융 불안, 국제테러 등으로 대표되는 일련의 위험에 직면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리조트가 붕괴되고, 배가 침몰하고, 동료를 향해 슈류탄과 총을 난사하는 것 등은 국가가 충분히 예방 가능하고 과학기술로 통제할 수 있는 일들로 현대사회의 위험이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구시대적 위험조차 통제하지 못하는 수준이라 더더욱 문제입니다. 대한민국사회는 여전히 1차 근대의 위험을 통제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으면서도, ‘2차 근대’ 즉 현대의 위험에 동시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이중적이고 복합적이지만, 해법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위험 사회를 불러온 근본적 요인인 기술적ㆍ경제적 합리성-이윤과 독점이라는 돈의 논리로부터 인간중심의 가치를 복원하는 것입니다. 즉, 경제성장의 논리에 희생돼 왔던 생명·안전·행복 등 존엄한 삶의 가치를 앞세우고 내세워야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