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4-28 16:21
[65호] 회원 글? - 동유럽 여행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감회' -
 글쓴이 : 섬균
조회 : 10,372  

동유럽여행

-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감회 -



김연수 l 회 원

저마다 사람들은 다들 사는 모습은 다르다. 정답이 없다. 나는 일을 할 때나 사람을 만날 때나 늘 열정적으로 세상을 대하는 경향이 많다. 열정적인 건 좋으나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소진이 빠르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체력적인 소진까지 더해지다 보니 소진이 오면 완전 넉 다운이 된다. 그때마다 나에게 활력의 당근을 줄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여행이라는 특효약이 있다는 것도 행복이요. 약발이 잘 먹히는 것도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내 몸에 안 맞으면 무용지물이 되니 말이다. 지금 심리적 독감을 앓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그곳이 어느 곳이든 잠시 떠나 시간을 가져 보기를 권해 본다. 거기에 좋은 친구가 동행을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방문한 나라는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이렇게 6개국이다. 거의 수박 겉핥기로 돌아보는 수준이긴 하지만, 이중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나라는 체코였고, 가장 가슴이 답답하고 뭉클하고 인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한 나라는 폴란드였다.

가장 가슴 아프게 했던 여행지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이야기를 잠시 해볼까 한다. 인권연대 회원이 되면서 예전보다 인권이라는 단어에 좀 더 깊이 생각 하고 사는 점은 있다. 뉴스든 어디든 인권이라는 단어가 보이면 한 번 더 눈여겨보고 관심을 가지는 점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우슈비츠 수용소 이곳을 방문 했을 때 느껴지는 인권에 대한 생각은 가슴 아픈 무엇이었다.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 때문이었을까? 그날 아침부터 내리는 비는 아우슈비츠 방문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고, 역사의 아픔을 날씨도 통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11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는 처음으로 이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를 방문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반 총장은 아우슈비츠에서 세계 평화, 인권 보호에 관한 메시지도 함께 발표했다고 했다. 형식적 방문 이 아닌 반나절을 수용소에서 보내는 의미 있는 방문이었다고 한다. 나는 반기문 총장이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한 것이 유엔사무총장으로서의 업무적 역할도 있었겠지만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이곳을 선택하고 또 이곳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남달랐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봤다. 일제강점기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당하고 인권이 유린되었던 비슷한 역사를 가진 한국인들이 이 수용소에서 느끼는 감정은 공감하기에 충분하다. 어쩌면 동질감마저도 든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미어질 것 같이 답답하고, 학대받은 그 현장이 마치 일제시대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치가 떨렸는지도 모른다.

이글을 쓰는 오늘도 위안부 문제를 부인하는 일본 아베의 망언 기사가 1면을 장식하고 있다. 도저히 저 사람의 머릿속을 이해 할 수가 없다.
유네스코가 197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가 유대인과 다른 유럽인들을 감금해 약 400만名이 목숨을 잃은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으로 그 중 유태인이 150만名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수백만의 성인 남녀와 어린이들이 저항하고 희생당했던 이곳은 일반적 의미의 역사박물관이 아니며, 인권에 반하여 자행된 만행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1947년 박물관을 설립할 당시의 상태가 그대로 보존되어 온 아우슈비츠 수용소 벽, 철조망, 발사대, 막사, 교수대, 가스실, 소각장 등은 나치가 집단 학살을 자행했던 상황들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인권이 철저히 외면당한 인류 역사의 고통스런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세계 각국의 뼈아프고 부끄러운 역사를 고통스런 현장 그대로 보여주는 것! 기억의 장소는 부끄럽다고 그 흔적이 말끔하게 삭제되지 않는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을 취사선택하여 남겨두는 것만이 역사는 아니다. 비록 아프고, 기억하고 싶지 않더라도 그 현장을 통해 인권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솔직한 공간이 필요하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속에서 보았던 끔찍한 현장은 일일이 나열하고 싶지는 않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나라가 온통 침울하고 우울한 소식들로 가득하다. 되풀이 되는 가슴 아픈 역사의 반복, 사고들...... 앞으로는 이런 일은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든다. 더 많이 웃는 나라, 더 많이 웃는 사람,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일들이 많은 현재, 미래의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여행에서 일상으로 돌아온 나는 여행 특효약의 약발로 순조로운 2014년을 지나가고 있다.


※ 글을 쓴 김연수 회원은 고용지원센터에서 근무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