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7-24 11:34
[78호] 이달의 人權 영화이야기
 글쓴이 : 김규란
조회 : 9,304  

언터처블 1%의 우정
___________코미디, 드라마/ 2012.03.22./ 프랑스/ 감독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 / 발췌 : 김석한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24시간 내내 돌봐주는 손길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전신불구의 상위 1% 백만장자 필립. 어느 날 우연히, 가진 것이라곤 건강한 신체가 전부인 하위 1% 무일푼 백수이자 이주민인 드리스를 만나게 된다.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위해 필요하다고 사인을 요구하는 거침없고 자유로운 성격의 드리스에게 호기심을 느낀 필립은 그에게 특별한 내기를 제안한다. 바로 2주 동안 필립의 손발이 되어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자신을 간호하며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해보겠다는 것이다. 참을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 볼 수 없던 드리스는 오기가 발동해 엉겁결에 내기를 수락한다.

2주간의 내기로 시작된 두 남자의 동거. 풋 크림을 샴푸로 착각하고 머리를 감기거나, 필립의 식사를 돕는 도중 여자에게 한눈을 팔아 엉뚱한 곳에 음식을 들이대는 등 두 남자의 좌충우돌 동거 생활이 시작된다. 운전할 사람이 없어 내팽개쳐져 있던 스포츠카도 몰고 나가 함께 즐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필립은 자신을 장애인으로 생각지 않고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대해주는 드리스에게 깊은 호감을 느끼며 둘의 사이는 점점 가까워지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또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를 닮아가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포탈사이트 참조)

둘의 우정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장애와 비장애, 빈부, 나이차, 이주민과 내국인, 피부색의 다름에서 둘은 우정을 쌓았다. 장애를 장난으로 받아치고 상대의 현실적인 경제적 어려움에 가슴 아파했다. 한국의 장애인과 장애인활동보조인에게는 너무나도 환상적인 이야기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물고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얘기는 현실에선 어려움이 많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다보면 이런저런 다툼으로 헤어지게 되고 어쩌다 만나게 되면 서로에게 다가간 시선을 거두어 버릴 수도 있다.

사실 한국의 활동보조인이 장애인에게서 멀어지는 현실적인 이유는 정부의 잘못이 크다. 어처구니없는 복지정책과 활동보조인을 노동자로 바라보기 보다는 잠깐 ‘알바’만 하려고 일을 하는 사람으로 여겨 최저임금으로만 고용하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활동보조인의 대부분(자료에 의하면 90% 이상)은 40대 이상의 여성이다. 남성 장애인이 남성 활동보조인을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 최저임금에 잡혀 있는 급여 체계 때문에 남성들이 이 직업을 선택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쇠고기처럼 등급이 매겨져 있고 부양의무제에 활동보조서비스를 24시간 이용하지도 못한다. 장애등급의 문제와 부양의무제로 인해 자부담이 엄청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