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6-01 12:04
[77호] 여는 글
 글쓴이 : 인턴3
조회 : 10,752  

공부, 그리고 인권 감수성

양충하 l 이사


오늘 아침 우연히 휴대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다가 직업은 속일 수 없는지 이런 뉴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본‘젊은이’가 부러운 이유…대학에 안 갈 자유”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고민을 했으면 하는 공감 가는 기사였습니다.
기사 내용은 일본 청년 취업률이 매년 높아져 대졸예정자 및 고교 졸업예정자 취업률이 각각 80%와 84%로 올랐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두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 대부분이 일자리를 갖고 살아갈 수 있고, 직장을 갖지 않더라도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어 일본 청년들은 대학에 가지 않을 자유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를 보면서 고3, 고1의 자녀를 둔 부모로써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일본 청년들과 달리 학교공부, 야자(야간자율학습), 학원으로 밤 12시가 넘어서 녹초가 되어 집에 들어오는 아이들이 안쓰럽고 가슴이 짠합니다. 집으로 와서 편하게 쉬었으면 좋겠는데 무엇이 이 아이들을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일상을 보내게 하는지…….

물론 이것이 내 아이의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 때는 학교를 다니면서 평생토록 주고받을 수 있는 어린 시절 추억들도 만들었건만 오로지 공부에만 매진하여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지상 목표로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 자녀들을 보면서 옆에 있지만 더 먼 것 같은 일본의 시스템이 부럽게만 느껴집니다.

우리는 흔히 부러워하는 것은 지는 것이라고 농담 삼아 말하지만 이런 사회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변해가는 일본, 역사를 반성할 줄 모르는 것은 얄밉고 화가 나지만, 대학을 꼭 나오지 않아도 자기가 좋아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 만족한다는 것이 부럽기만 하며, 우리 사회도 하루 빨리 좋은 시스템으로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의 어깨를 펴 주었으면 합니다.

2011년부터 처음 사용된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누가 만들었을까 웃기만 했지만, 5포세대(3포에 내집 마련, 인간관계 포기)를 지나 지금은 7포세대(5포에 꿈, 희망 포기)로 가고 있다고 하는 말을 들으니, 톱니바퀴 나사들이
잘 돌아가도록 균형 잡힌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사회 시스템이 개개인의 적성을 무시하고 커다란 톱니바퀴로만 일괄 돌리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합니다. 내가 살고 싶은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텐데…….

고3인 큰아들이 1학년 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요리공부를 하겠다고 했을 때 절대 안 된다며 1년을 싸운 결과 결국은 요리공부를 할 수 있도록 허락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후회가 됩니다. 좀 더 일찍 자기가 원하는 분야로 나아가게 했어야 했는데 학과 공부를 포기하면 사회적인 시스템에서 우리 아들이 낙오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 같은 믿음이 그 당시에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저리주저리 많은 생각을 하면서도 어제 저녁에 또 아들에게 공부하지 않는다고 야단을 쳤네요. 시스템에 길들어져 있는 나의 습관이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보며 지금 내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네 사회시스템, 우리가 고쳐나가야 하겠지요.

인권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라고 초등학교에서부터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초등학교에서부터 가르치고 있는 인권교육은 도덕과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별 다름이 없는 도덕적 행위로써 군자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도덕적인 행위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 침해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을 인권침해로 인식하고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조리나 불합리한 관행, 제도 등을 인권문제의 차원에서 볼 수 있는 인권의 감수성을 키워주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인권의 감수성은 나부터,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몸으로 사람과 사람의 숨결과 피부로 부딪쳐 키워 나가야 합니다. 삶을 존중하고, 친구처럼, 가족처럼 타인을 이해하는 활동을 통해 우리네 아이들이 인권의 소중함을 스스로 느끼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 글을 보내주신 양충하 울산인권운동연대 이사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