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3-30 11:16
[75호] 이달의 인권독서
 글쓴이 : 인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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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감

김찬호 / 문학과지성사 / 2014 / 발제 : 최귀선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느끼는가는 타고난 천성이나 성장 배경에 좌우되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시대를 지배하는 정서적 문법의 영향을 받는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의 감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살펴보면, 사회의 실체를 보다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타인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욕구는 엄청난데 서로 인정해주는 너그러움은 부족, 저성장으로 인한 생존의 기반마저 흔들리면서 비롯되는 결핍과 공허를 채우려고 갖은 애를 쓰는데 한국인들이 많이 취급하는 방법 가운데하나가 바로 타인에 대한 모멸이다. 누군가를 모욕하고 경멸하면서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 모멸은 모멸감을 낳는다.

수치심이란 내면화된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동시에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다른 사람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인색할 때 일어나는 감정이다. 도덕을 어기는 것에 대해서는 물리적인 징계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찡그린 표정, 차가운 눈빛, 손가락질, 핀잔 등 심리적인 압박이 우선적으로 가해지는데 이런 징계가 효과를 거두려면 지탄이 된 사람이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가지고 사과하거나 행동을 수정해야한다.
수치심이 본인의 잘못이나 결함에 대한 타인의 지적을 받아들이면서 느끼는 부끄러운 감정이라면 모욕감은 상대방이 나를 대하는 방식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 화가 나는 감정이다.
인간에게 가해 수 있는 가장 무서운 폭력,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한 기억은 세상에 대한 증오 또는 자기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킨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유 없는 저주와 맹목적인 폭행이 많은 경우 그 씨앗은 모멸감으로 밝혀졌다.

타인을 모욕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풍토에서 모멸감은 만연한다. 그런데 모멸감을 증폭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타인들의 시선과 평가에 대한 과민함이다.
한국은 타인에게 필요 이상의 관심을 보이면서 참견하고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고 자기에 대한 평가와 반응에 너무 예민하다. 남의 이목에 신경을 곤두세우도록 자라나면,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일에도 모멸감을 느끼게 된다. (사회적 징후 : ‘굴욕’이라는 표현 남용. 연예인들의 ‘굴욕 패션’ 등) 가해자와 피해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모멸감을 유발하는 상황>

? 인간 이하로 취급 - 비하
? 열등한 존재로 구분 짓기 - 차별
? 비웃고 깔보고 - 조롱
? 대놓고 또는 은근히 밀
이달의 인권도서
어내기 - 무시
? 시선의 폭력에서 섣부른 참견까지 - 침해
? 불쌍한 대상으로 못 박기 - 동정
? 문화의 코드 차이 - 오해

< 인간적인 사회를 향하여 >
? 품위를 잃지 않도록 : 인간에게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자존감이다. 품위를 유지하는 것 은 인권과 정의의 문제다.
? 문제는 감수성이다. : 역지감지(易地感之), 즉 상대방의 입장에서 느끼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
? 물리적 쾌적함, 생리적 청결함 : 공간은 마음이 담기는 그릇이다.
? 화폐의 논리를 넘어선 세계 : 돈이 너무 많은 일을 좌우하고 돈 때문에 모멸감을 맛보 기 일쑤인 현실에서, 나의 자존을 세우기 위해서는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을 착목해야 한다.
? 소수자들의 연대와 결속 : 부당한 일을 지속적으로 겪는 사람들이 손을 잡아야 한다. 사 회적인 유대를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 환대의 시공간 : 사람은 다른 동물보다도 타자에게 의존적이다. 인간은 자기를 알아주는 공동체를 만나 공적인 자아를 실현하면서 진부한 삶에 생기와 역동을 불어넣을 수 있다.

< 생존에서 존엄으로 >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 내면이 풍부한 사람은 구차하게 자기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다.
? 누가 나를 모욕한다 해도 : 자존감이 강한 사람은 어떤 일에 좌절했거나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았을 때 빨리 극복할 수 있다.
? 감정의 주인이 되려면 : 어떤 감정이 일어날 때 매몰되지 말고, 감정 자체를 주시해보자.
? 행복감은 우월감이 아니다. : 타인을 배려하고 인정하면서 이루어지는 유대를 통해 자존 감이 더욱 단단해진다.

? 어떻게 하면 모멸을 덜 느끼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첫째, 보다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제도 수립해야 한다.
둘째, 가치의 다원화. 인간과 삶을 바라보는 시야를 여러 차원으로 틔워야 한다.
셋째, 개인의 내면적인 힘을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