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원 l 회 원
“떳떳하면 말하면 되지. 왜 말 안 해?
뭔가 꿇리는 게 있으니까 말 못하는 거지~!”
떳떳하다면 당당하게 말하라! 참 쉽게들 이야기 한다.
과연 떳떳하다면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며칠 전 선배 한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군대를 막 제대한 아이가 한 말이 내내 머리에 남는다.
아들의 제대를 기념하여 술 한 잔 나누는데 군대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게 조직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며
상사의 부당함에 대처하는 법이라 했다고 한다.
상사의 부당한 대우에 대처하는 법~!
첫째, 조직을 떠날 용기가 없으면 이야기 하지 않는다.
둘째, 조직을 떠날 용기가 있어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셋째, 부당하더라도 감내할 수 있으면 감내하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땐 조용히 떠난다.
결론은 조직이나 상사의 부당한 대우가 있더라도 맞서서 이로울 게 없다는 것이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착잡했다. 그래도 딱히 할 말이 없다. 선배역시 아들에게 뭐라 이야기 해줄 수 없었다 한다. 냉정히 현실을 바라보면 선배도 나도 그런 존재니까?
검찰이 장경욱 변호사를 피의자 허위진술 종용의혹으로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 청구하였다. 2년 전 간첩협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경애(48. 김일성대 출신 간첩사건 피고인)씨에게 허위진술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헌법 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에게 진술거부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진술을 거부하는 순간 ‘진술을 거부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느냐?’는 질문이 온다.
거기에다 덧붙여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형량이 올라간다.’는 압박과 회유.
약자일 수밖에 없는 개인에게 자기방어기제로 보장된 게 진술거부권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자기방어기제로 작동하지 못한다. 결국은 자기보호(?)를 위해 진술(부당성에 대한 지적)을 거부하는데서 나아가 그냥 수용하고 인내하다가 회피하거나 도망친다.
이틀 전 아들이 외박을 했다.
이전에 외박경험이 있어 사전에 이야기 없이 인정되지 않는 외박을 하지 않기로 했다. 어젯밤에 자는 아이를 깨워 이야기를 나누려 했는데 앉아서도 꾸벅꾸벅 졸고 있다. 더 이상 진척되지 않아 그냥 잠자라 하고, 오늘밤에 이야기 듣기로 했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유일하게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일게다. 겨우 한다면 잘못했다는 정도. 그 이상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게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수사기관이 하듯 종용하고 회유하고, 협박해야 하나?
아니면 진술거부권을 인정하고 그 사유를 묻지 말아야 하나? 사유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행위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어떤 수위로 해야 하나?
아마 오늘도 나는 아이에게 “니가 당당하면 이야기 해봐. 왜 못해~!”라며 다그치고 있을 듯 싶다. 아니면 아빠로서의 권위가 무너진 느낌 때문에 속으로 부글부글 차올라오는 화를 참아내고 있거나~~~
내 아이의 진술거부권(?)을 보장하면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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