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10-30 16:51
[70호] 회원 글1 - 착한기업
 글쓴이 : 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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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호 l 회 원 

지난 9월 24일~25일 양일간 삼산동 근로복지회관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인권”이라는 큰 주제로 인권학교가 진행되었다.
제1강좌는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신 이상수 교수님께서 유엔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업과 인권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고 제2강좌는 국제민주연대 상임활동가인 나현필 활동가가 중?고등학생들의 유니폼이 돼버린 노스페이스 영원무역의 사례를 통해서 앞으로 우리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셨다.

양일간 두 강좌를 모두 듣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업의 본질은 이기심을 바탕으로 한 이윤 극대화다. 따라서 이윤 추구를 지상최대의 목표로 삼고 있는 기업에게 인권친화적인 ‘착한 기업’이 되라고 주문하는 것이 옳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옳다. 그리고 그렇게 주문해야 한다. 기업 역시 하나의 공동체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러한 요구는 지극히 당연하다. 그리고 기업 스스로 인권친화적으로 될 수 없다면 그 사회적 책임을 우리는 요구할 필요가 있다.

신자유주의와 국경을 초월한 무한경쟁 속에서 이제 기업은 국가 권력을 초월하는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고, 이에 따라 기업의 인권침해 역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유엔차원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기업의 인권 침해적 요소를 규제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럼 세계화를 표방하는 우리의 기업들은 현재 어떠한가? 앞에선 ‘상생의 경영’을 외치면서 뒤로는 공급자를 쥐어짜는 대기업들, 착한 일을 위해 수천억 원을 쓰면서 그 몇 배에 달하는 분식 회계와 횡령을 일삼는 기업들, 투명경영을 주장하지만 기업 감사 앞에서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는 기업들 등등 나쁜 기업들이 많다.

이런 나쁜 기업들이 착해 질 수 없을까?
이제 기업은 ‘착하게 살자’라는 새로운 경영 모토 앞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이기적인 존재이면서 이타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자기 분열에 빠지게 될 것이다.

착한 기업의 불편한 진실(저자 김민조, 21세기북스, 2012.10.29.)이라는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기업은 이기적이며,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대중과 상생하는 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2008년 빌 게이츠가 다보스 포럼에서 처음 제시한 창조적 자본주의라는 개념은 “기업이 돈을 버는 동시에 자본주의 시장의 힘에서 소외되어 혜택을 못 받은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더 나아가 ‘공유 가치 창조(Creating Shared Value:CSV)’라는 개념으로 창조적 자본주의의 전략적인 실천 방안을 말한다. 기업이 제대로 된 목표와 비전을 설정하고 정직한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지금처럼 굳이 거창하게 사회 공헌을 회사의 경영 기조로 주장하지 않아도 기업과 대중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일하는 사람이 행복하고, 소비자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환경과 지역 발전에 기여하면서 기업 이윤을 창출하는 회사. 어찌 보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이상적인 기업의 모습이지만 이제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세상이 변했다. 사람들이 변했다. 그리고 기업이 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