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6-01 11:59
[77호] 이달의 인권도서
 글쓴이 : 인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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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철학하다
프레데릭 르누아르 / 책담 / 2014 / 발제 : 최민식


저자 프레데릭 르누아르 (Frederic Lenoir)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이자 세계적인 종교사학자, 철학자다. 그리고 문학적 글쓰기로 가장 인기 있는 현대 작가다. 인도와 이스라엘에서 정신세계를 탐구하며 수도자로 지내다가 파야르 출판사의 총서 책임자로 일했다. 피에르 신부, 움베르토 에코 등과 다수의 대담집과 연구서를 펴냈고, ‘국경 없는 환경’이라는 단체를 창립하는 데에도 참여했다. 현재는 프랑스 최고 권위의 종교 간행물 〈종교의 세계> 편집인이다.

행복이 뭘까?

‘행복’의 어원을 보면, ‘기회’ 또는 ‘호의적인 운명’이라는 개념과 맞닿는다. 그리스어에서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는 좋은 다이몬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하고, 프랑스어에서 행복을 뜻하는 보뇌르bonheur는 ‘좋은 징조’ 또는 ‘괜찮은 운’등을 뜻하는 라틴어의 보눔 아우구리움bonum augurium에서 유래했다. 영어의 해피니스happiness는 ‘기회’를 의미하는 아이슬란드 어근 햅happ에서 파생되었다. 이렇듯 ‘행복’에서는 기회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11쪽)

우리의 타고난 기질이나 운명에 의해 행복해질 수도 불행해질 수도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과연 행복에 관한 성찰을 통해서 한층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수많은 과학적 조사로 확인된 실제 사례들에 따르면, 우리가 행복해지거나 불행해지는 데는 일정 부분 우리 개개인의 책임도 있다. 요컨대, 행복은 우리 손에 잡히지 않으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달려 있다. 우리는 행복해지거나 불행해지도록 조건 지어졌을 수는 있으나, 엄밀한 의미에서 결정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므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는 역량을 키워 나갈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이성과 의지를 통해 이를 극대화할 수 있다.(12쪽) (중략)

그러므로 나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철학 여행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 여행 동안 독자들은 무엇보다도 삶의 규칙이나 심령 수련에서 비롯되는 질문과 사례 등을 통해 붓다에서 쇼펜하우어, 아리스토텔레스, 장자, 에피쿠로스, 에픽테토스, 몽테뉴, 스피노자에 이르는 과거의 위대한 성현들, 행복한 삶이라는 영원한 명제와 그 실천을 위해 헌신한 현자들과 함께 길을 걷는 기쁨을 누릴 것이다.(14쪽)


‘행복’을 찾아 위대한 철학자들과 만나는 철학 여행

프레데릭 르누아르는 행복 추구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가장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목표임에도 불구하고, 행복에 관한 난마처럼 얽혀 버린 현실을 철학적 성찰의 부재로 파악한다.

르누아르는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 쇼펜하우어, 프로이트. 볼테르, 소크라테스, 예수, 칸트, 몽테뉴, 장자, 노자, 스피노자, 공자, 붓다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성현과 현자들로부터 위대하고 빛나는 ‘행복’에 관한 성찰을 안내한다.

이 여행을 통해 프레데릭 르누아르는 행복이란 삶을 사랑하는 것이다. 행복하다는 것은 인생의 사계절을 전부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한다.

옛날에 한 노인이 도시로 들어가는 입구에 앉아 있었다. 외지인 한 명에 노인에게 이 도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냐고 물었다. 노인은 대답 대신 “자네가 떠나온 곳의 사람들은 어떻던가?”라고 물었다. 외지인은 “이기적이고 고약합니다. 그 때문에 저는 그곳을 떠나왔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노인은 “자넨 이곳에서도 똑같은 사람들을 만날 걸세”라고 말했다. 얼마 후, 다른 외지인이 다가와 노인에게 똑같이 물었고, 노인 역시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그 외지인의 답변은 달랐다. “제가 떠나온 곳의 사람들은 착하고 호의적이었습니다. 저는 그곳에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떠나오기 힘들었죠.” 노인이 대답했다. “자넨 이곳에서도 똑같은 사람들을 만날 걸세.”

이 짧은 ‘수피 우화’는 이 책의 내용을 더할 나위 없이 간결하게 요약해 준다. 결국 행복은 우리 안에 있다. 불행한 사람은 어디를 가든 불행할 것이고, 자기 안에서 행복을 찾은 사람은 어디를 가든, 어떤 환경에 놓이든 행복할 것이다.(265쪽)

기쁨은 후천적으로 습득된 것, 즉 외부에서 우리에게 이식된 무엇이 아니다. 기쁨은 드러난 결과다. 기쁨은 우리 안에 이미 깃들어 있는 것이므로 우리는 그것이 솟아 나오도록 해야 한다.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내면의 평화, 어느 누구도 파괴할 수 없는 자유로 다가가는 것을 막는 장애물을 치워야 한다. (272쪽)

르누아르는 우리 안에서 삶의 기쁨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작업인 정신수련을 통해서 행복을 추구하자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