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몸부림
편집위원회
1년이 흘렀지만 노란 눈물은 마르지 않았습니다. 그 눈물을 바라보는 이들의 가슴에도 잠시 잊었던 먹먹함이 다시 차오릅니다. 그리고 눈물을 막기 위해 짜낸 안이 차벽이란 거대한 벽입니다.
아니 차벽만이라면 다행이지요. 차벽이 처지는 그 공간 안에는 차벽보다 더 큰 벽이 둘러쳐지고 있습니다. 차벽이야 이동이라도 되겠지만 도저히 깨트릴 수 없을 것 같은 ‘옹벽’이 놓여집니다.
보수 언론의 신문을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 가지고 있는 이 신문의 논조와 달리 “세월호를 인양해야 하는 이유”란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이게 웬 일?’이란 의문과 ‘결국 여기서도 인정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복합되면서 글을 읽어 내려가다 슬슬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결론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인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더더욱 놀랄 일은 그 아래에 있습니다. 큼지막하게 하단을 채운 광고의 제목은 “세월호 유족들은 ‘어둠의 세력’과 결별하라!”는 정중한 권유입니다.
“창작은 인간이 하지만 편집은 신이 한다.”고 했는데, 그 신의 영역을 보는 듯합니다. 원판불변의 법칙이 있다고 하지만, 그 원판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게 편집이니 말입니다.
‘인연’은 사실 편집 이랄게 없습니다. 아니 편집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서 편집을 할 엄두를 못 내고, 그저 페이지를 채워 넣는 게 편집위원회의 일입니다.
편집능력이 신의 영역에 이르러 사람들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거대한 힘에 맞서, 자극도 주지 못하는 작은 움직임으로 맞서보겠다는 ‘인연’의 몸부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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