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春)
만초 스님 l 이사
얼마 전 통도사의 홍매화가 꽃을 피웠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이제 벌써 시들어 간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찾아가 감상하지 못한 아쉬움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홍매화만이 아니라 이미 우리 주변에는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꽃 봉우리가 개화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봄이 만들어내는 생명활동을 조금만 눈 여겨 보면 참으로 놀랍고 신비로운 감동을 발견하게 됩니다. 겨울동안 얼었던 땅이 채 녹기도 전인데 메마른 흙을 헤치고 나오는 작은 잡초에서 부터 딱딱한 가지를 뚫고 꽃을 피우는 나무들을 보면 생명의 힘에 대한 경이로움을 지니게 됩니다. 사람의 몸도 역시 봄 이라는 이 계절을 만나면 더 왕성한 생명 에너지를 경험하게 됩니다. 환한 햇살이나 신선한 공기 그리고 매일 새롭게 발견되는 변화의 기운에 눈은 호기심으로 두리번거리고 발걸음은 더 분주하게 밖으로 향하게 되는 계절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은 나름의 소중함과 존엄을 지니고 있고 각자의 삶을 행복하게 유지하려는 열정과 치열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풀과 나무에서 부터 작은 벌레나 몸집 큰 동물들, 모든 생명 있는 것이라면 그들의 존재 이유는 바로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욕망 때문일 것입니다. 하물며 의식과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지닌 행복한 삶에 대한 바람은 더 간절합니다. 사람들의 행복한 삶의 토대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조건들을 나열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행복의 조건은 바로 평등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경험하는 행, 불행의 감정은 물질의 풍요나 건강, 지위, 명예가 가지는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 그것으로 부터의 상대적 평등 또는 불평등을 통해 행복 또는 고통을 경험하는 것을 봅니다.
사람이 겪는 고통이 물질이나 지위의 결핍보다는 상대적 빈곤과 분배의 불평등을 통해 일어나는 갈등의 원인이 되고 그 갈등의 결과가 고통이 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최근 들어 더 심각하게 늘어나고 있는 정치적 갈등과 계층간의 갈등, 지역적 갈등 그리고 세대 간의 갈등들을 포함해 모든 갈등의 원인역시 공평함이 결여된 데서 오는 것을 지적하면서도 줄어들기는커녕 더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추구하는 인권의 존중은 바로 평등함을 바탕으로 하는 건강한 삶을 향한 필수적 노력이어야 합니다. 인권의 존중과 보호는 어느 특정한 대상을 위한 특정한 사람들의 외침이 아닌 사람 일반이 당연히 지켜가야 할 행복의 토대가 되는 것입니다.
자연은 차별이 없습니다. 매화꽃은 매화꽃대로 풀꽃은 풀꽃대로 그 자체의 존엄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각자의 영역 속에서 공존과 공생을 유지해가지요. 좋은 풀 좋은 벌레 좋은 환경 좋은 사람은 바로 어리석은 사람이 자신의 이기적 관점에서 만든 기준입니다. 봄꽃이 세상의 모든 생명을 행복하게 하듯이 우리의 인권 역시 봄꽃처럼 피어나 우리 사회가 불평등이 없는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 우리 울산인권운동연대의 벗바리 여러분의 더 적극적 활동으로 이룰 수 있습니다.
※ 만초 스님(울산 중구 해남사 주지)은 울산인권운동연대의 이사이자, 울산인권마라톤대회 대회 장으로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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