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아직도~
윤경일 l 회 원
2014년 전반기를 아우르는 사건 중에서 한국의 인권실상을 정확히 밝혀주는 사안이 군인권 -병영의 인권감수성-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올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사고도 정리가 되지 않아 어수선한 시국이지만,
전국의 “군부모”(학교 다니는 학생의 부모님은 ‘학부모’라는 용어는 있는데, 군대가 있는 장병의 부모님은 특정한 통칭이 없다!)를 떨게 한 사건이 있으니, “참으면 윤일병, 안 참으면 임병장”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사건들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 사건의 내용은 알 테니 길게 쓸 필요는 없을 터, 윤일병 구타 사망 사건에서만 보더라도 군대의 악습과 폭력, 증거인멸 시도와 군수사기관의 축소 은폐 의혹이 불거지며 경악을 일으켰고, 이후에도 군내 폭력·사고가 끊이지 않아 논란인 것을 잘 알 것이다.
오늘은 이런 사건을 통해 흐르는 군대 내의 인권문제와 이를 풀어나가는 군내 제도들에 대해 인권적 측면에서 몇 자 적어 보고자 한다.
군대가 군대다운 곳은 훈련장이다. 군대로서의 목적에 부합되는 훈련장에서 시민을 지키는 전사인, 군인으로 다시 태어나기위해 본래 갖고 있는 시민으로서의 기본권이 최소한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누구나 당연하다고 받아 들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잘 알다시피 아이들이 죽어나가는 곳은 위험한 수류탄교장이나 사격장이 아닌 내무(실)반, 지금의 생활관이다. 왜 이렇게 되었나!
우리나라 군대에서도 법체계의 범위 내에서 규제가 필요한 것은 규제하되 최대한 기본권을 보장해야하는데, 우리 군은 군인을 인격적 주체로 보지 않고 전쟁에 필요한 수단으로만 보고 있다고 봐야한다. 그렇다보니 전투력보존을 위한 사고 없는 부대가 우선시되고 내무생활에서 중시되는 똥!군기가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진정한 군기란, 전투를 예정하는 훈련장에서 누구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일 터인데, 우리 군에서는 훈련 중에도 병장들은 느긋하게 담배를 꼬나문다(담배는 사실 아군의 적이다^^ 전장에서 담배의 불빛과 연기, 냄새는 지금 우리가 어디 있다는 것을 적에게 잘 알려주는 표식이기에 피워선 안 된다). 이런 것을 형식적 군기, 즉 똥!군기라고 부른다.
“제복입은 시민”이라는 군인을 바라보는 서구적 시각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입대 전에도 시민이었고, 전역 후에도 시민이 될 국민들을 군복을 입었다는 사유만으로 사람취급을 않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군대에서 빈번히 생기는 진료권 침해나 사생활 침해 등 기본권이 제한되는 현실뿐만 아니라 만약 일반회사원이라면 당연할 직무부적응자의 타부서로의 재배치(여기서 당연해야 할 고충처리가 처리되지 않는 문제도 포함) 등 군의 특수성과 별 상관없는 문제들도 군대여서 그렇다는 포장에 휩싸여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군대도 바뀌어야 하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군대에 안전하게 가서 건강하게 잘 돌아올 수 있도록 먼저 사회에서 교육한다면 군대도 조금씩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군대를 입대하기 직전인 고교와 대학에서 공식적으로 군 및 입대와 관련된 사실들을 알려주고 문제가 되는 사안들이 있을 때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어야 한다.
엄마에게 이를 수 있게 휴대폰을 지급하는 것도 방안일수 있다고 이야기가 나오니,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에서는 카메라와 인터넷 기능이 없는 휴대전화를 지급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안 그래도 군복 입으면 바보로 보는 세상에서 어른이 된 남자아이들을 우습게 봐도 유분수지.... ) 오히려 병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대신 생활관에 수신전용 전화기를 설치해 언제든 부모의 전화를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라 한다. 또 접근이 어려운 GOP 부대 면회를 허용하고 평일에도 부모와 만날 수 있게 조치한다고 하니 이러한 개방으로 폐쇄적 분위기가 일신되기를 빈다.
우리 군대에서 군 인권 증진을 위해서는 이러한 사소할지라도 실질적인 방안들의 실천과 함께 군의 사법 개혁과 함께 문민통제가 강화돼야 한다.
우리나라 군대에서는 지휘관이 행정법적인 징계일 뿐인데도, 병사를 영창에 인신 구속시킬 수 있다. 기본적으로 판사가 발부한 구속영장 없이는 인신을 구속할 수 없다는 헌법의 대명제를 부정하는 행위지만, 이제는 사문화된 특별권력관계 등을 들먹이며 지휘권이 무너진다고 격렬히 반대해 아직도 폐지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군사법체계에서도 이전의 군법회의 때의 제도인 심판관(일반장교가 재판장으로 보직) 문제나 지휘관의 확인조치(형의 감경)권 등의 문제도 있지만, 군사범죄가 아닌 일반범죄의 경우에도 군사법원의 관할이 되다보니 일반사법체계의 형벌과의 차이가 나는 문제 또한 발생한다.
이에 많은 학자들은 평시에는 군사범죄만을 군사법원에서 처리하고, 전시에는 지금과 같은 사법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직도 요원한 상태이다.
더불어 사건이후에 군인권 문제의 해결을 위한 행정적 접근방식으로 현재 발의예정인 군인권위원회 법은, 국방부장관 소속으로 독립적으로 운용되는 인권위원회를 설치해 인권증진을 위한 실태조사 및 침해에 대한 조사와 권고를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으로,
군 내부에서 인권침해 방지 및 보호 업무를 독립적으로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군인권보호관을 두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전 군 인권을 강화해나가던 시절을 뒤로 하고 정권이 바뀌자 다시 과거로 돌아가던 군이 이전에 하다 관둔 것을 다시 한다고 하니 “어라! 아직도~”가 절로 나온다.
또한 이제까지 별일 없이 있던 국가인권위원회도 군 분야에 대한 내부 전문성과 조사역량을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앞으로 정부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군인권 전담부서 설치 및 인력·예산 확보를 통해 군의 인권증진을 위한 조사, 정책, 인권교육 등 각 부문의 업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니 어떻게 해나갈지 지켜 볼 일이다.
군에서 작은 단순 구타가 발생해도 지휘관은 영향을 받게 되고 이렇기에 작은 일들을 감추는 일이 쌓이고 쌓여 대형 사고를 만들게 된다. 대형사고 이후 만들어지는 새로운 조치들이 더 사고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지 않기를 바라며, 지휘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보다는 구타사건의 감시와 발굴을 장려하고, 가해자에 대한 가혹한 처벌대신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더 중요할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군과 연계되지 않는 국회나 대통령직속의 “군 인권 옴부즈만” 등이 꼭 필요한 것이고, 제도화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이 나라에서는 이견이 많다고 하여 장기 과제로 정해 연말까지 시간을 갖고 논의할 방침이라고 하니 황당할 따름이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함께 꼭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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