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지진을 보면서......
김태현 l 회원
9월12일 밤 경주를 진원지로 하는 지진이 발생하여 울산을 포함한 인근 지역주민들은 꽤나 공포감을 느낀 데 이어 19일 또 한번의 지진으로 패닉 상태에 빠진 느낌이다. 울산에 살고 있는 지인들은 내가 일본에 산다는 이유로 지진이 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물어오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지진이 오면 불안한 주민들이 넓은 공원이나 학교운동장으로 대피했다가 그냥 시간 지나면 귀가하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도 최근 몇 차례 강진이 발생하여 큰 피해를 입었다. 95년 코오베(神?)지진으로 65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2011년 동일본지진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그 영향으로 원전의 방사능이 누출되었다. 올해 4월 쿠마모토(熊本)지진으로도 큰 피해를 입었다.
그 때마다 많은 과제를 남기지만 본받을 점이 많은 것 같다. “일본이기 때문에 강진으로 저렇게 큰 피해에도 불구하고......”하는 느낌이다.
쿠마모토(熊本)지진이 발생한 일주일 후에 우연찮게 현장에 가 볼 기회가 있었다. 물론 참혹했다. 집은 무너지고 길도 어지럽혀지고 수돗물도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질서정연한 그들의 모습, 수천 명이 모여 있는 대피소(체육관)에서도 질서를 지키면서 생활하는 그들, 차분한 그들의 대응방식에 조금 놀랐다.
약 10년 전에 내가 사는 후쿠오카(福岡)에 진도(震度)6 (M7규모)이라는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아래쪽에서 큰 소음이 같은 것이 들리더니 아파트가 흔들렸다. 흔들림이 멈추자 곧바로 TV를 보았더니 지진과 관련된 정보가 보도되기 시작했다. 도시고속도로가 통행이 금지되고 대형 쇼핑몰도 영업을 중지하는 등 도시 전체가 올 스톱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메뉴얼에 따른 대응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생활과 직접 관계가 있는 피해는 적었다. 그래서인지 시민들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차분히 대응하는 느낌이었다.
일본에서는 자연재해라고 할까 적어도 지진에 관한 사회적으로 합의된 불문율이 있는 것 같다. 지진이 발생했을 시 다들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훈련되어 있는 것 같다. 개인은 개인대로 준비를 하고 지역은 지역대로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는 그 나름 매뉴얼을 만들어서 준비하는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후쿠오카시에는 방재센터라는 곳이 있는 데 시민 누구나가 가서 지진, 태풍, 홍수, 화재 등에 관한 정보나 그에 대응할 수 있는 훈련을 할 수 있다. 1시간정도면 기본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 자연재해가 항상 주위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2011년 동일본지진 이후 특이한 점은 후쿠오카현(福岡?)은 공영주택의 일정비율을 비워두고 있다. 지진 등으로 이재민이 발생할 경우 이주하여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진은 언제 어디서 어떤 규모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는데 이는 축적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도 지진예측은 하지 못하고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그 대응이(굉장히 정교한 것 같음) 빠르다.
이번 한국에서 발생한 지진도 전혀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진은 우리와 관계없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지진에 관해서 무지했다. 지진이 발생하고 나니 난리법석이다.
급하게 메뉴얼을 만들고 또 준비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성급하게 서둘러서 만든다고 그대로 운영되지도 않는다. 사회적인 동의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모두에게 신중함이 요청된다.
따라서 문제는 이제부터이다. 지금부터 하나씩 차분히 준비하되 「안전」이라는 밑바탕 위에 시민생활이 영위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면서 시민 각자의 의식전환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런 한 축을 시민단체가 담당해야 한다. 울산인권운동연대의 활약에 기대를 거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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