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무환(有備無患)
(있을 유, 갖출 비, 없을 무, 근심 환)
최성호 l 회원
지난 10월 5일 태풍 제18호 차바로 인해 전국적으로 7명이나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되었다. 울산 역시 큰 피해가 있었는데 피해가 큰 곳 중 한 곳이 태화시장이다. 이곳은 내가 사는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기 때문에 그 피해를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침 5일장인 태화시장은 전날 아니면 당일 새벽에 물건을 가져온 영세한 시장상인들의 물건들이 많이 있어서 그 피해가 유독 켰다. 집앞 2차선 도로는 사라지고 그곳엔 작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그 상황을 그냥 넉 놓고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 전에 기상청에서 이번 태풍과 관련해서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냥 태풍이 지나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일상을 시작했다.
이번 피해는 자연재해였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힘으로 자연재해를 막기는 어렵다. 미약한 인간이 자연에 어찌 대항할 수 있으랴? 그러기엔 인간은 너무나 작고 나약하다. 하지만 그 피해는 줄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처럼 다시 많은 비가 온다면 아마도 우리는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 사는 지인의 말을 빌리면 일본은 태풍 발생 일주일 전부터 일선 학교에서는 학교장의 재량으로 휴교령을 내리고 TV에서는 태풍과 관련한 피해대비를 위해서 연일보도를 한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재미있는 사실 재미있는 것보다 심각한 일인 것 같은 일이 벌어졌다. 잠시 후 핸드폰에 카카오톡, 밴드 등 SNS을 통해 태풍관련 울산지역 피해사진 및 동영상이 왔고 그 사진이나 동영상은 뉴스보다 더 생생하게 울산에 사는 지인들이 보내왔다. 누가 좀 더 피해가 큰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는 경기를 하듯 핸드폰은 잠시도 쉬지 않았다. 어떤 이는 이 피해상황을 즐기는 듯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은 나의 즐거움인가? 언론 또한 피해가 큰 인근 주변의 시민들이 촬영한 동영상 등 좀 더 자극적인 동영상을 계속해서 TV를 통해서 내보내며 피해지역을 걱정해서 흥분하는 것인지, 뉴스 특종을 잡아 흥분하는지 분간이 안 된다. 뉴스보도가 신난 것처럼 느껴지는 이 분위기는 또 뭘까? 우리 사회가 안전을 이야기하지만 정말이지 그 안전에 대해서 솔직히 생각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수많은 사건, 사고가 나는 걸 보면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게 분명한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사건, 사고는 항상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자연재해든 인재든 그 피해를 예방하고 줄일 수는 있다. 예컨대, 약 15만 명이 거주하는 양산 신도시는 2005년 조성 공사가 시작됐는데 이곳을 관통해 흐르는 양산천 둑 높이를 애초 계획보다 높였다. 이는 토목 종사자 등 전문가들의 의견과 지역 언론이 기존의 양산천 둑 보강이 미흡하다고 꾸준히 제기하여 이번 태풍으로부터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 또한 수만 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때 한 명의 희생자도 발생하지 않았던 이와테 현 후다이 마을 또한, 한 촌장이 지진 발생 50년 전에 주위의 비난과 반대를 무릅쓰고 15m 이상의 방조제를 지은 덕택에 일본 해안을 덮친 쓰나미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유비무환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지구의 기후변화와 한반도 주변 지각변동 등으로 자연재해 발생 가능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번 태풍이나 경주 지진 규모보다 훨씬 강한 지진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원자력발전소에 가까운 울산은 자연재해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한번의 재앙이 우리의 모든 것을 앗아 갈수 있다. 뭣이 중헌지를 이제는 잊지 말고 기억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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