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12-01 10:45
[94호] 작가와의 만남 - "인권의 동력, 연대 연결돼있어야 ‘나’가 가능하다." 류은숙 작가
 글쓴이 : 인턴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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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동력, 연대
연결돼있어야 ‘나’가 가능하다

작가 류은숙 / 정리 김영해

세상에 유일무이하고 다른 사람과 구별되어 고유성을 가지고 있는 ‘개인주의’는 존중해주는 ‘타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즉, 나 홀로 개인주의는 생존불가능하며 서로 연결되어야 가능하다. 인권이 아무리 좋은 가치라도 그저 굴러가지 않는다. 그 동력은 바로 ‘연대’이다. 인권에서는 재화, 권력, 소유가 아닌 자유를 추구한다. 또한 공적생활의 삶과 사적생활 삶은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도피가 아닌 연결과 참여로 진정한 사적 생활의 자유를 이룰 수 있다.

연대라는 가치는 “어떤 사람이 될래?” 즉, “동시대인과 ‘어떻게’ 동료가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삶이다. 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각자도생이 아닌 뭉쳐야 하는 ‘연대’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심야식당의 손님들(과시적 거들먹거림과 열등감 둘 다에 대한 배려)은 조용하고 은밀하지만 단호하고 현명한 ‘제3자’의 모습이다. “빈곤층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그러나 가난하다는 것의 의미는 그들 ‘곁’에 있는 ‘우리’가 어떤 이들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차별에는 최소 3명이 필요하다.” 2명의 차별의견에 맞장구를 치지 않을, 현명한 ‘제3자’가 있다면 차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책임(responsibility)'은 바로 '응답하다(response)'에서 나온 것이다. 고통을 호소하는 타인에게 연대란 정치적 책임을 지는 감정이입(타인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다. 도와주는 일, 선의에만 머무는 도덕적 태도는 불쌍해서가 아닌 ‘동등한 존엄성을 가진 인간’으로 연대하는 것이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존중하는 것이 인권이다. 존중으로 응답하는 것이 연대에서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다. 또한 연대란 희생하고 헌신하는 삶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렇고 그런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는 속에서 서로의 모자람을 알아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그 모자람을 시시때때로 번갈아 채워줘야 하는 것이다. 특수성에 의한 매개가 아니라 보편성을 전제로 한 개별간의 만남이며, 동등한 구성원으로서의 존중 속에서 공동체적 삶에 대한 참여와 사회적 질을 높이는 행동의 연대여야 한다.

* 작가와의 질의응답
Q : 작가님이 밥 짓고 먹는 걸 중요시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A : 돈이 없어서 끼니를 거르는 사람 뿐 아니라, 너무 바빠서 끼니를 못 챙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배고픈 상태에서는 회의, 공부 등 무슨 일이든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음식을 중요시 하고 끼니때가 아닐 경우 간식이라도 대접합니다.

Q : 인권활동가로서의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입니까?
A : 젊었을 때는 의로운 일을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25년간 인권운동을 하면서 배운 공부, 경험 등을 공유해야한다는 주체의식에서 인권활동가로서의 에너지를 얻습니다.

Q : 책에서 나온 ‘조명탄’ 의미는?
A : ‘아무렇지도 않다고 여겼던 것들이 어떤 문제가 있는가를 다른 시각과 태도를 갖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보려고 하는가 하는 ‘성찰’이 중요합니다.

Q : 활동가들과의 관계에 있어 유익한 음식 종류는?
A : 맛있고 집에서 해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 특식. 예를 들면 책에서 소개한 ‘꽃게 찜’이 있습니다. 음식은 오래오래 발라먹어야 되고 여럿이 가위를 돌려가며 먹은 후 뒤처리까지 대화가 필요한 음식이 좋습니다. 그런 음식은 경계심과 적대감을 누그러뜨리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