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8-31 15:54
[92호] 편집후기 - ‘물타기’에도 뛰어난 편집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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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인턴07
조회 : 9,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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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타기’에도 뛰어난 편집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김창원 l 편집위원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시비를 걸어오더랍니다. 몇 마디 받아주다가 더 이상지난 달 말경에 전화한통이 왔습니다. 목소리에 속상함이 묻어 있습니다. 너무 억울하다는 말부터 꺼내더니 ‘법이 이렇냐’며 따지듯 묻습니다.
동료들과 술자리에서 받아주지 않고 그냥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그러자 “무시하냐”며 멱살잡이를 들어오더니 서로 격한 소리들이 오고가고 급기야 주먹까지 날아들었습니다. 동료가 주먹에 맞자 자신도 벌떡 일어나서 그 사람을 밀치면서 왜 이러냐며 말렸는데......
아 글쎄, 경찰이 오고 파출소에 갔는데 쌍방폭력이라고 한다는 겁니다.
자신들은 밀치기만 했을 뿐 절대 때린 적이 없다고 하는데, 상대방이 자신도 맞았다고 계속 우기자 경찰이 “밀치긴 밀쳤네요?”라며 쌍방이니 서로 좋게 합의하라는 식으로 유도하더랍니다. 동료들도 지쳐가고, 내일 출근도 해야 되고, 사건도 크진 않아서 서로 합의하고 나왔는데 생각할수록 너무 억울하다는 겁니다.
일명 “같이 죽기(?)”의 전형적인 방법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본말을 전도시키는 편집(?)이 존재합니다. 즉 너도 맞았지만 나도 맞았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유와 과정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 싸움이 일어났는지도 왜 밀치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요즘 언론엔 연일 우수석과 이감찰관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집니다. 이감찰관이 우수석에 대한 검찰수사를 의뢰하자 청와대에선 이감찰관의 감찰내용 공개를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며 조사를 공식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언론의 시각은 일명 ‘물타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물타기’란 순수원액(용액)에 물을 부어서 그 농도를 연하게 하거나, 불순물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요즘엔 ‘논점을 흐리는 부정적인 행위나 그 작용’이란 뜻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아마도 언론에서 말하는 ‘물타기’는 후자인 듯 합니다.
‘물타기’에도 뛰어난 편집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지엽적인 문제를 중심적인 사안으로 집어넣기 위해서는 작은 것을 부풀려 내는 확장능력까지 동원되어야 합니다. 거기에다 힘(=권력)까지 보태지면 그 영향력은 더 크게 행사됩니다.
“인연”편집을 마무리하면서 무거워졌던 머리가 조금은 가벼워져야 하는데 더 무겁습니다. 더위로 인해 무거워진 머리는 권력의 최고위층, 일명 엘리트들이라는 사람들이 벌이는 물타기를 보면서 더 무거워집니다. 매일매일 ‘물타기’의 전형을 낱낱이 학습하고 있으니까요.
아마도 향후 한국사회는 밑바닥까지 ‘물타기’가 유행처럼 번지진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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