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개념보다 중요한 인권의 실천!
인경 l 인권교육센터 강사
울산인권운동연대와의 만남으로 참으로 값진 만남과 인연들이 늘어나 나날이 감사한 요즘입니다. 최근 울산지역아동센터와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권’ 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아이들과의 만남 속에서 우리 사회의 인권감수성은 어디까지 와있나를 새삼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인권’이 뭐야? 라고 물으면, 예상외로 많은 아이들이 인권의 개념적인 정의를 잘 알고 있어 깜짝 놀라게 됩니다. “사람의 권리요! 누구나 태어나면서 천부적으로 가진 권리요!” 아이들은 서로 조금씩 다른 단어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대게는 ‘인권’에 대한 정의를 개념적으로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인권에 대해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이것도 인권 이었어?’ 라고 놀라는 아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 생활 곳곳에 깃들어 있는 인권을 인권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생존’과 ‘경쟁’에 길들여진 요즘 아이들의 시선이 더욱 익숙하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과 인권에 대해서 다양한 게임이나 예시들로 접근하다 보면 아이들 스스로 자기 자신을 그리고 우리사회에 곳곳에 숨은 인권을 존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게 되기도 합니다.
특히, 중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면 유독 긴장하게 됩니다. 중2병이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땀이 쭉 납니다. 수업의 주제가 ‘인권’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부터 아이들의 마음은 이미 멀리 떠난 것만 같고, 장애에 대한 편견, 나의 인권만큼이나 소중한 내 주변사람들의 인권을 존중하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자면 바로 친구를 놀리거나, 이야기 하고 있는 강사를 당황케 하는 질문이나 대답이 날아오기도 합니다.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큰 욕심 부리지 말고 아이들이 ‘인권’을 지루하게 느끼지만 않게 하자! 우리 모두를 위한 인권에 대한 생각의 씨앗을 뿌리고 오자! 기대 반 긴장 반으로 시작했던 수업이 이제 여러 곳에서 진행
하고 나니 더 욕심이 나고 더 많은 고민이 생기게 됩니다. 특히 고등학생들을 만나러 가면 내적갈등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계속되는 수업에 지쳐서 엎드려 잠을 청하는 친구들을 보면 강사로써 당황하고 어떻게 해야 되나 깨워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고등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이 들까 그 상황이 공감되어 깨우기 미안할 때가 부지기수입니다.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자신의 이야기 인양 몰입해서 듣는 친구들을 보면 단 한명의 친구들이라도 오늘의 이야기가 우리 모두의 내일을 바꾸는 소중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나라도 더 이야기 해주기 위해 말이 빨라지기도 합니다.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누면서 우리가 얼마나 각박한 시대를 살고 있나 가슴이 아파질 때가 참 많습니다. 아이들이 입시와 경쟁에 내몰리면서 ‘인권’의 개념은 잘 알고 있지만 그 실천은 그와는 정반대인 이 상황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인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아이들을 만나면서 제가 느낀 교훈이 한 가지 있습니다. 인권이라는 것,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자 한다는 것은 개념을 아는 것 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마치 영화 ‘인셉션’에서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 절대 쓰러지지 않는 팽이가 사람의 삶을 지배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의 미래인 우리 아이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인권’을 실천하는 것의 중요성을 심어가는 것이 우리가 인권을 더 많은 곳에서 이야기 하고 나눠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결국 우리 사회를 책임질 미래 세대들에게 살아가는 생활 곳곳에서부터 인권을 실천하고 인권감수성이 높은 사회를 만드는 것! 우리의 마지막 숙제가 아닐까요?
더 많은 곳에서 인권교육이 이루어지고, 더 다양한 주제의 인권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눌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 글을 보내주신 박인경 님은 ‘울산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함께’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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