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7-04 11:38
[90호] 제7회 인권평화기행 후기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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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여행이다

오미경 l 인권평화기행 참가자


작은 아이(박선영 13세)와 단둘이 제주도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실천을 하고 있지 않았다. 선영이는 지난해 2월초에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 5차로 치료를 종결하고 현재는 유지치료를 받고 있다. 울산인권운동연대 박영철 사무국장과는 22년 전 울산민주시민회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최근에 다시 연락이 되어 인권평화기행에 함께 하게 되었다.

6월 5일 출발당일 울산에서 박영철 국장님 가족과 함께 이동하여 김해공항에서 울산인권연대의 최민식 대표님, 오문완 공동대표님과 회원들을 만났다. 이번 인권평화기행 코스가 4.3평화공원, 사려니숲길, 절물자연휴양림, 강정마을 탐방, 강정천 물놀이, 서귀포자연휴양림, 곶자왈, 협재해수욕장으로 순수한 제주도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선영이는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 또한 오랜만이라 더 신나했다. 솜사탕 같은 구름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제주공항에 도착하여 인권연대와 인연이 많은 버스 기사님이 우리를 맞이해주셨다.

4.3공원은 4년 전 큰아이 초등학교 4학년 가을에 제주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에 함께 하면서 4.3평화공원과 주변 유적지를 처음으로 둘러봤다. 교과서에서 기록된 그대로 4.3사건으로만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설명을 듣고 영상을 보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번 해설사님은 초등학생과 성인들을 번갈아 가며 각각의 눈높이에서 설명해주었다. 4.3위령제단에서 향을 피울 수는 없었지만 묵념으로 그분들의 편안한 안식을 기원했다.
맑은 날씨였던 공항과는 달리 중산간 지역에서는 날이 흐려지더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 버스를 타고 식당으로 향했다. 제주토속음식점에서 선영이는 오랜만에 먹는 옥돔과 돼지 두르치기를 맛나게 먹으며 행복해 했다. 순수채식을 하는 나와 생선은 드시는 뮤즈님과 식습관에 대해 이야기 하며 신선한 쌈채소와 나물반찬들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 비가 내리는 날씨로 시간을 정하여 사려니 숲 산책을 했다. 입구에서 조금 들어선 위치에 ‘에코힐링 체험 행사’를 하고 있었다. 선영이는 나무목걸이에 ‘고마워하자’는 문구를 넣었다. 소원을 적어 줄에 메달기도 했다. 물찻오름까지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적당하게 걸었던 것 같다. 선영이는 힘들어 하며 업어 달라고 투정을 부리다가도 다시 힘을 내어 씩씩하게 혼자서 걸어 내려왔다. 사려니 숲이 주는 녹색의 편한 길에서 계곡의 물소리, 새소리, 때죽나무꽃 향기, 안개비까지 더 없이 좋은 체험이었다. 선영이와 나에게는 치유의 숲이었다. 먼저 내려온 일행들 틈에 선영이도 컵라면을 먹으면서 행복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첫째 날 숙소인 절물자연휴향림에 일찍 도착하여 짐을 풀고 피로를 풀었다. 휴양림은 기대 이상의 숲속이었다. 길은 테크로 이어져 있고 놀이터도 있고 낮은 돌담도 인상적이었다. 우산을 들고 어깨에 배낭을 메고 여행 가방을 끌고 이동해야하는 방문객들에게는 조금 불편한 길이지만 작은 불편함 또한 여행에서 치러야하는 의식이라 생각했다.
저녁은 오문완 공동대표님의 친구 분 덕분에 싱싱한 회와 박영철 국장님의 친구 분이 수박과 치킨을 준비해 오셔서 아이들과 어른들의 입을 즐겁게 했다. 주위의 걱정과 달리 나는 야채 쌈과 김과 김치로 맛있게 먹었다. 다음날도 박영철 국장님과 황일용 님이 식사준비를 해주셨다.
식사준비에서 자유로운 덕분에 여자들만의 여유를 누렸다. 노란색의 커다란 캐리어를 눕혀 하얀타올을 깔고 즉석에서 우아한 테이블이 만들어 졌다. 뮤즈님이 준비해 오신 더치커피로 모닝커피를 다함께 마시며 여자들만의 작은 행복을 누렸다. 예지, 성균, 세화, 예서, 수연이는 선영이랑 함께 놀아주며 언니, 오빠가 되어주고 동생이 되어주었다. 아침 일찍 휴양림을 산책하며 신선한 맑은 공기와 영롱한 이슬을 머금은 푸른 잎들 아름다운 새소리 물소리 온전히 자연을 즐기며 내 마음에 담았다.
제주 인권평화기행은 제주의 자연과 함께한 이들 덕분에 더 의미 있는 여행이 되었다. 제주도에 언제든 갈 수 있지만 이번 여행처럼 온전히 자연을 누리는 여행은 아마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강정마을의 소식만 듣다가 처음으로 방문했다. 강정마을의 활동가 한 분이 우리를 멧부리로 안내하며 강정마을이 해군기지가 적합하지 않은 이유와 9년간의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대한 개략적인 흐름을 들려주었다. 지금은 구상권 청구가 들어와서 거기에 대한 고민들을 들려주었다. 구릉비는 해군기지가 들어선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해군기지 반대에 힘을 보탰고 함께하고 있다고 한다. 점심식사는 삼거리식당에서 강정마을 활동가분들과 함께 했다. 강정마을 종환삼촌이 9년여 동안 하는 평화밥상공동체라고 한다. 직접 농사지으신 딸기도 맛있게 먹었다.
다음 일정으로 강정천에서 발을 담그고 물장난을 치면서 평화로운 한때를 보냈다. 올레7코스로 강정천과 이어진 해안가를 갔다. 강정천 물이 바다에 떨어지는 폭포의 연출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오래도록 넋을 잃고 바라보다 발길을 돌려 마을 안에 있는 평화센터 무인카페에서 차도 마시며 즉석에서 플래카드를 남겼다. 플래카드는 미술을 전공하신분의 뛰어난 솜씨와 약간 서툴러도 진솔한 아이들 생각을 담아내고 있었다. 선영이는 ‘우리는 평화를 위한다’라는 글을 쓰고 스마트폰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10개 국어로 쓰는 당돌함도 보였다. 쓰고 나서는 뿌듯해 했다. 최민식 대표님이 3색의 펜으로 ‘평화’라고 마무리하셨다.
다음은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올레시장체험이 있었다. 덕분에 나는 이중섭거리와 생가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미술관은 월요일 휴관으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지만 거리에 나온 이중섭 그림들을 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제7회 인권평화기행 후기

둘째 날 숙소인 서귀포자연휴양림은 소나무홀 1층을 다 사용할 수 있어서 함께 식사하고 어울릴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저녁을 먹고 숫자게임을 하고 벌칙은 ‘와사비 먹기’였는데 아이처럼 너무 재미있게 놀았다. 노래를 부르면서 흥을 이어갔다. 한솥밥을 먹은 지 이틀이 지나니 함께한 분들과 많이 친해졌다. 다음날 아침 약수를 먹고 휴양림 주변을 산책하였다. 늦은 시간 잠이 들었지만 아침에는 머리가 참 맑았다. 휴양림에서 이틀을 보내는 행운을 누렸다.

다음날 곶자왈 도립공원에서 해설사님과 함께 1시간 30분정도 곶자왈을 둘러보고 종가시나무, 개가시나무 그리고 생소한 식물들 이름도 알게 되었다. 쥐라기 연상하게 할 만큼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이 곳곳에 보였다. 금방이라도 육식공룡이 튀어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3층 높이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한라산과 오름 들이 보였다. 탁 튀인 시야에 시원한 바람까지 더 없이 좋았지만 고소공포증으로 약간의 무서움을 느끼며 서있었다. 곶자왈을 출발하여 식사 후 일정대로 해수욕장으로 향하였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금능해수욕장에서 아이들은 수영을 하고 어른들도 각자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선영이에게 이번 여행은 아주 특별했다. 모자와 마스크를 끼고 드러내지 않던 모습을 이제는 모자 없이 마스크만 끼고 외출을 하며 어두운 색에서 밝은 색의 옷을 자주 입는다. 표정도 많이 밝아지고 스스럼없이 행동하고 중학생이 되면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한다.
여행에서 자신감을 많이 회복한 것 같다.
삶이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