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6-03 10:27
[89호] 여는글 - 잘못 표기된 외국어
 글쓴이 : 현진
조회 : 9,219  

여는글 - 잘못 표기된 외국어

이현숙 l 이사



여러분! 이 한자 ‘抗空便’을 어떻게 읽으면 되나요?
히! 무슨 바보 같은 소리 하나 싶죠...
당연히 ‘항공편’으로 읽어지죠...

그런데 한자가 제대로 표기된 것일까요?
저 한자 중 잘못 표기된 것은 어떤 것일까요? 찾아보세요. 분명히 잘못된 한자가 있답니다. 자칫 잘못 표기된 한자를 인식하지 못하고, 무심코 ‘항공편’이라 읽고 지나쳐 버리기 쉬운데...

5년 전 공항에 갈일이 있어서 모 국제공항의 1층 로비에서 입국자들이 나오는 출구 쪽에 서있던 중, 우연히 벽에 중국인을 위한 표기로 ‘抗空便’이라 적혀있는 것을 봤는데, 아무리 봐도 ‘항공편’이라는 한자 중에 잘못 적힌 것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집에 와서 열심히 사전을 찾아봤죠. 역시 잘못됐더군요. 뭘까요? 여러분도 찾았겠지요.

‘抗空便’이 아니라, ‘航空便’이죠.
즉, 航(배 항)을 抗(겨룰 항)으로 적은 것이지요.
당장 해당 공항 측에 한자가 잘못됐으니 수정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공항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잘못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너무 어이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전화해서 분명히 잘못됐으니, 다시 확인하라고 했습니다. 며칠 후 다시 공항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잘못 표기된 한자를 수정했다고 하더군요.

헐 ~ 왜 공항 같은 곳에, 그것도 국제공항에!
외국어가 잘못 기재될까요.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공항이라는 곳은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공공장소인데, 우리 한자와 다를 것 없는 ‘항공편’의 ‘항’을 잘못 기재한 것은 해당 한자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안일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겠죠.

가끔 도로 표지판 중, 영어표기도 일관성이 없거나 어색한 표현들을 볼 수 있죠.
공공기관이나 공항 같은 곳에서 외국어 표기를 할 경우, 당연히 전문가에게 의뢰하지 않았을까요?
만약 중국어 번역 전문가가 했는데, 저런 실수를 했다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실수이고, 아니면, 간단하고 쉬운 한자라고 생각해서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고 공항 측이 직접 한 것이라면, 이것은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이죠.

여하튼 잘못된 한자를 지적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버젓이 잘못된 ‘抗空便’으로 적혀져 있겠죠.
과연 중국인들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중국인들에게 너무 성의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게다가 한국인들의 대충 대충하는 성향을 들키지는 않았을까요?

관광 사업이 국가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생각한다면, 좀 더 성의 있고, 심사숙고하는 태도로 모든 것에 임해야 할 것 같아요.
국가의 신뢰를 위한다면...


※ 이현숙 이사는 현재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으로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