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5-02 10:29
[88호] 시선 하나 - 연대와 꼰대
 글쓴이 : 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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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하나 - 연대와 꼰대

최진석 l 전 인턴



‘연대’의 사전적 정의는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짐’입니다. ‘함께’가 연대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에 ‘꼰대’ 는 청년층이 기성세대를 부르는 은어로 ‘늙은이’를 뜻합니다. 뉴스타파 김진혁 PD는 ‘꼰대질’을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라 정의했습니다. 꼰대는 연대와 달리 ‘함께’는 없고 청년층과 기성세대의 날선 대립과 청년층의 기성세대를 향한 악감정이 내포돼 있습니다. 즉, 꼰대와 연대의 궁극적 차이는 연대감의 부재입니다.

2월 편집위 회의를 마친 후 식사자리에서 인턴이 설 상여금을 받았다며 ‘의외’라고 했습니다. 의외. 연대에서 돈을 줄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겠죠.

언제부터 연대는 청년 인턴에게 ‘돈을 줄 리가 없는 사용자’로 인식된 걸까요. 청년 인턴들 내에서 임금에 대한 불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연대 인턴을 지원한 학생들은 일말의 희망을 가집니다. 열정페이와 청년할인이 만연한 사회이지만, 인권을 지키려는 시민단체에서 일한다면 본인의 노동의 가치는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시급 310원. 연대 내에서 임금정상화 논의도 없는 상황에 청년들은 연대를 ‘연대’로 볼지, 연대감을 느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연대는 매년 인권학교와 대학생인권강좌, 청소년 대상 인권교육으로 사람들에게 인권의 중요성을 알립니다. 2014년엔 제13회 인권학교에서 ‘아시아로 간 한국의 나쁜 기업,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버는가’ 강좌를 통해 기업의 인권 침해 사례를 분석하고, 인권연구소에선 GRI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해서 노동자의 인권 침해에 대해 수많은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이런 노고는 존경스럽습니다. 하지만 정작 함께 이 모든 것을 준비했던 인턴들의 노동의 가치는 아직 310원에 머물러있습니다. 기업에게만 노동권 존중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죠. 청년층은 이를 ‘유언묵행’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연대의 ‘유언묵행’이 고질이 된다면 연대에도 해가 됩니다. 청년층의 연대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사라지면 인턴 지원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며, 회원 연령대도 고령화가 될 것입니다. 인턴의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못한다면 이들을 더 이상 뽑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는 연대가 염원하는 나쁜 일자리 폐지와도 맥락이 같습니다.

연대의 재정 상태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턴 제도는 의무가 아니며, 수익창출이 목적이 아닌 시민단체라고 해도 노동권과 사용종속관계에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연대를 찾아온 청년들을 함께 책임지는 것도 연대의 존재 이유 중 하나입니다.

대안은 ‘함께’에 있습니다. 연대는 ‘유언묵행’보다 ‘십시일반’이 더 어울립니다. 회원들이 적은 돈이라도 모아서 인턴 기간 중 단 한 달이라도 일한 만큼 주는 게 해결의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연대에도 부담이 없으며, 청년들의 연대에 대한 실망감도 없애줄 것입니다.

얼마 전 작고하신 신영복 선생님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하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연대도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을 되새겨 봐야합니다. 이 글은 연대가 청년들에게 오래도록 ‘연대’로 남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습니다. 조금 따끔하시더라도 우리 연대의 미래를 위한 예방주사로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 최진석 님은 2013년도 울산인권운동연대 인턴직을 수행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