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3-29 11:37
[87호] 인권포커스 - 테러방지법은 명확성?적법절차의 원리,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
 글쓴이 : 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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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포커스 - 테러방지법은 명확성?적법절차의 원리,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

정기호 l 법무법인 대안 변호사




2016년 3월 2일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6년 2월 23일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본회의에 상정되었고 해당 법안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야당 의원들이 2월 23일부터 3월 2일까지 192시간 25분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했으나 법안 통과를 막지 못했다. 야당이 헌정 사상 유래가 없는 장시간의 무제한 토론을 진행하면서까지 통과를 막으려 했는지, 국민감시법이라는 비판이 있는 테러방지법이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법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테러방지법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명확성의 원칙은 보통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법률의 내용은 명확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으로, 헌법재판소는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인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모든 기본권제한입법에 대해 요구된다.”(헌재1998. 12. 24. 96헌바 73)고 판시하고 있다.

그런데 테러방지법은 제2조(정의)에서 “테러(국가·지방자치단체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목적 또는 공중을 협박할 목적), 테러위험인물(테러예비, 음모, 선전, 선동을 하였거나, 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등), 대테러활동(국제행사의 안전 확보 등) 및 대테러조사”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개념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테러방지와 무관하게 국내의 정치적 사회적 현안을 테러, 테러위험인물로 규정지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개념들로 인해 국정원이 대한민국 국민 전체에 대해서 어떤 정보수집이나, 자료수집, 조사도 무한대로 가능하게 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 규정으로 인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생각된다.


다음, 우리 헌법 제12조 제3항은 영장주의를 규정하고 있는데, 영장주의 내지 영장제도는 수사기관이 형사절차에 있어 체포·구속·수색 등 강제처분을 하는 경우에,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테러방지법 제2조 제3호에서는 “테러위험인물”에 테러 단체나 테러행위를 실제로 하였던 인물 외에도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까지 규정되어 국정원의 일방적 판단과 지정권이 무한대로 보장하는 반면, 국회나 법원의 통제권한 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또, 테러방지법 제9조 제4항은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추적권을 국정원에게 부여하고 있는데 추적은 감시, 미행, 사찰을 말하는 것이나, 이에 대한 통제장치는 사전 또는 사후에 국가테러대책위원회 위원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유일하다로 규정하여, 공권력에 대한 통제의 원리인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또한, 테러방지법 제12조는 “테러를 선동·선전하는 글 등을 인터넷이나 방송·신문, 게시판 등에 게시되는 경우 긴급 삭제요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긴급 삭제 요청의 대상이 되는 테러선동·선전물을 인터넷에 게시한 사람은 테러위험인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테러위험인물로 지정될 경우 대테러조사의 대상자가 되므로 출입국·금융거래 및 통신이용 등 관련 정보 수집과 금융거래 지급정지 등의 조치(제9조 제2항), 위치 정보 및 민감 정보를 포함한 개인정보 수집(제9조 제3항), 추적(제9조 제4항) 등을 당하게 될 것이 우려되는데, 영장주의에 근거한 법원의 통제 뿐 아니라 테러의 규정, 테러위험인물의 지정, 대테러활동 등에 대한 국회의 견제와 감시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헌법은 법률에 의거한 공권력의 행사라는 형식적 법치주의가 아닌, 법률의 목적과 내용도 정의에 합치하는 정당한 것이어야 한다는 ‘실질적 법치주의’를 통치원리로 하고 있다. 실질적 법치주의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목적의 정당성 · 방법의 적정성 · 피해의 최소성 ·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어야 하고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 안 된다는 ‘과잉금지원칙’이 도출되는데, 테러방지법은 테러방지라는 추상적인 목적달성을 위해 '통신의 비밀의 불가침',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일반적 행동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 헌법상 실질적 법치주의에 파생되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 점도 대표적인 헌법위반이라고 할 것이다.



이렇듯 테러방지법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며 국정원으로 하여금 모든 국민들을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어서 대표적인 인권침해 법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테러방지법이 조속히 폐지되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