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포커스 - 소요죄(騷擾罪) ?
오문완 / 공동대표
소요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1986년 소위 ‘인천사태’ 때 소요죄가 적용된 이후 29년 만에 이 범죄가 다시 살아났다고 합니다.
오늘(12월 18일) 조선일보 인터넷 기사를 보겠습니다. “경찰,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 소요죄 적용…5·3인천사태 이후 29년만에 '소요죄' 적용”이라는 제목으로 서울경찰청 불법폭력시위 수사본부는 오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소요죄를 추가로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전합니다. 이로써 한 위원장에 적용되는 혐의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용물건손상 ▲집회금지장소위반 ▲금지 통고된 집회 주최 ▲해산명령불응 ▲일반교통방해 ▲주최자준수사항위반 등 8개에서 소요죄를 더해 9개로 늘었다고 합니다. 참 죄를 많이 지기도 했네요.(물론 형이 확정된 게 아니니 협의가 그렇다는 얘기입니다만.)
기사를 계속 보겠습니다.
“일명 ‘다중폭행죄’라고도 불리는 소요죄가 적용된 사례는 지난 1986년 5월 3일 ‘인천사태’ 이후 29년 만이다. 소요죄는 형법 115조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다중이 집합해 폭행, 협박 또는 손괴 등을 한 행위'를 말한다. 해당 범행을 저질렀을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기 때문에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보다 형벌이 크다. 경찰은 소요죄 적용에 대해 "시민에 의한 고발이 있었을 뿐 아니라 그간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객관적인 범죄사실, 구체적으로 확보된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소요죄의 법리에 입각해 충실하게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수사 결과 지난달 14일에 발생한 불법 폭력시위는 일부 참가자들에 의해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의 핵심 집행부 및 관련 단체 간부들의 치밀한 사전 기획 하에 준비된 폭력시위였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앞으로 불법 폭력시위 기획과 현장 선동 등에 적극 참여한 민노총 핵심 집행부와 관련 단체 간부 등에 대해서도 폭력시위 개입 정도와 주도 여부 등을 종합해 소요죄의 추가 적용 여부를 계속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형법을 공부한 게 30년이 지난 일이라 책을 뒤적여봅니다. 먼저 법령정보센터에 들어가 형법 제115조 소요죄를 읽어봅니다. “다중이 집합하여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죄는 형법 제2편 각칙의 제5장 공안(公安)을 해하는 죄의 한 유형으로 규정되어 있으니 공공의 안전, 즉 모든 사람이 국가 안에서 위협받지 않는 일반적 안전, 다시 말해 사회에서의 평온한 공동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범죄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강 감은 오는데 그래도 이 조항만 가지고는 어떻게 행동을 해야 소요죄로 처벌받는지는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도서관에 들러 대표적인 형법 교재인 이재상 교수의 <형법각론>을 찾아 읽습니다. 9판(2013년)이 울산대 도서관이 보관하고 있는 최신 버전이군요. 어려운 책을 읽으니 스트레스만 쌓입니다(뇌세포가 꽤나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책을 대출해서 연구실로 돌아옵니다. 이제는 정독의 시간입니다.
소요죄가 성립하려면 다중이 집합하여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해야 하므로 이 두 요건을 하나씩 따져봅니다. 우선 “다중”이 집합하여야 합니다. 이 죄의 본질과 보호법익을 고려할 때 그 다중의 집합은 규범적 기준에 의하여 한 지방의 안전을 해할 수 있을 정도의 폭행·협박·손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다수인임을 요한다는 게 통설(通說)이고 타당한 견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행위자의 수단만이 아니라 그 성질과 휴대한 흉기, 집단의 목적과 시기·장소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집합”이란 다수인이 일정한 장소에 모여 집단을 이루는 것을 말합니다. 장소적 결합이 본질입니다. 그러나 내란죄의 경우와는 달리 집단이 조직적일 것을 요하지 않으며 반드시 주모자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공동의 목적이 있을 것을 요하지 않고, 공동의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그 목적이 무엇인가도 묻지 않습니다. (이재상, 495쪽)
다음으로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해야 합니다. 폭행·협박은 가장 넓은 의미로 이해합니다. 즉 폭행은 사람이나 물건에 대한 일체의 유형력을 의미하고, 협박은 공포심을 일으키기 위해 해악을 고지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합니다. 해악의 성질과 내용은 문제 삼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특정인일 것을 요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인 경우도 포함합니다. 손괴도 재물의 효용가치를 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합니다. 다만 여기의 폭행·협박·손괴는 사람이나 물건에 대한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행위일 것을 요합니다. 따라서 단순한 소극적인 저항이나 연좌농성은 여기의 폭행 등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또한 폭행·협박·손괴는 그 성질상 공공의 안전을 위험하게 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합니다. 또한 폭행·협박·손괴는 다중의 합동력에 의한 것이어야 합니다. 다중이 공동으로 행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중에 의해 지배되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 아닌 개인의 행위는 소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참가자 모두가 폭행 등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일부 아니면 대부분이 폭행·협박·손괴를 하면 범죄가 성립합니다.(이재상, 496쪽)
여기까지가 소요죄가 성립되기 위한 소위 ‘객관적’ 구성요건이라는 부분이고, 또 하나 놓쳐서 안 되는 것은 ‘주관적’ 구성요건인 고의, 즉 공동의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공동의사란 다중의 합동력을 믿고 스스로 폭행 등을 할 의사 내지 다중으로 하여금 폭행 등을 하게 할 의사와 폭행 등에 가담하는 의사를 포함합니다. 따라서 이 공동의사가 없다면 소요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공동의사는 군중심리로 족하므로 반드시 행위자 사이의 공모나 계획 또는 사전의 의사의 연락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이재상, 496-497쪽)
여기까지가 소요죄를 공부한 내용입니다. 그러면, 한상균 위원장은 소요죄를 저지른 것인가요? 그 판단은 회원 여러분의 몫입니다. 제가 법관이라면 ‘아니’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런데도 수사권력이 굳이 소요죄의 죄책을 묻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밑져도 본전? 썰렁 효과(chilling effect)? 기소독점주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과잉수사에 대한 규제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권력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는 시민의식이 있겠지요. 특히 표현의 자유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필요하겠습니다.
어지러운 세상, 평화를 빕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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