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모진 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편집위원회
9ㆍ11테러가 있었다. 미국은 공포와 불안의 그림자를 확대시키고, 이를 세계화시켰다. 자연스레 공격성은 피의자에게 전의되었다. 원인에 대한 성찰은 없었다. 오히려 공포와 불안을 가중시켜내 ‘현대판 십자군 전쟁’전략으로까지 이어진다.
며칠 전 대구의 한 공무원이 언론을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그 공무원에게는 ‘무개념 공무원’이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언론은 ‘미필적 고의 상해죄 적용할 수도’등의 제목을 뽑아내었다. SNS에서는 노골적인 글들이 올라왔다. ‘구속하라’, ‘죽어도 안타깝지 않다.’ 등등....
‘메르스 청정지역’이었던 대구의 첫 확진자다. 이전에도 일부 확진자들이 보인 행동들에 대한 말들이 많았는데 신분이 공무원이다보니 시민들은 시선은 더 따갑다.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황당한 변명이 분노를 자극했다. 그런데 왜 대구시는 이 공무원의 말을 이렇게 언론에 흘렸을까? 과연 40여분동안 시장과 통화했던 이 공무원이 이런 말밖에 하지 않았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매르스의 잠복기간은 길게 14일이라며, 14일 동안 증상이 없다면 자가격리를 해지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 공무원은 정부의 공식발표를 정면으로 깨뜨려버린 문제아다. 13일 아침에 첫 증상이 나타났다는 이 공무원은 5월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17일이 경과한 시점이다. 14일만 지나면 괜찮다는 정부의 말을 믿지 않고 17일째 되던 날 제 발로 메르스 검사를 받기위해 보건소를 찾았다.
그렇다면 과연 그전에는 왜 미리 검사를 받거나 스스로가 감염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정부가 메르스 환자 발생 의료기관을 공개한 것은 6월 7일. 이 공무원이 서울삼성병원을 다녀온 지 11일째 되는 날이었다. 정부가 최대 잠복기라 발표한 14일이 조금만 지나면 끝난다. 약간 불안은 했지만 평균5일은 지났고, 며칠만 지나면 최대잠복기도 끝난다. 그런데 17일에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보란 듯이 정부의 발표를 배신(?)하고. 그리고 이 공무원은 모진 매를 감내하고 있다. 혼자서……. 이 공무원이 했다는 몇 마디 말은 공무원이 가져야 할 ‘도덕성’의 문제로 집중 부각되면서 구조와 조직에 대한 문제는 묻혀버렸다.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거대한 조직은 별 상처 없이 또다시 살아 움직인다. 혹여나 대구시는 이 프레임을 염두에 두고 공무원이 몇 마디 말을 추려내 언론에 흘린 것은 아닐까? 언론은 이를 극도의 편집 예술성을 발휘하고…….
단순한 원고의 배치와 나열로 한 달 한 달을 이어나가는 ‘인연’의 편집위도 만만치 않은데, 프레임을 만들어내고, 시민들을 자신들이 만들어 낸 프레임 속에 가둘 수 있는 편집능력은 어디로부터 부여받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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