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6-03 10:23
[89호] 인권포커스 -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쫓겨나는 하청노동자와 함께 싸워야
 글쓴이 : 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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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포커스 - 부실경영 책임자 퇴진! 고용안정 전제 없는 구조조정 반대!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쫓겨나는 하청노동자와 함께 싸워야

이형진 l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사무장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은 최근 들어서 진행되는 급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3천명 감원, 100개부서 통폐합, 임원 60여명(25%) 감축 발표와 동시에 정부를 비롯한 여·야 정치권이 일제히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전국적 이슈가 된 것은 4월 하순이지만, 이것도 4.13 총선 정국 때문에 그 시점이 한참 유보된 것일 뿐이다.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은 이미 2014년 말부터 벌써 1년 6개월 가까이 계속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이 적자로 전환한 것은 2013년 4분기(-871억)부터였다. 이어 2014년 1분기(-1,889억), 2분기(-1조1,037억) 연속으로 대규모 적자를 발표했다. 위기의식을 통한 구조조정의 사전 정지작업 또한 이때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2014년 9월 15일 구조조정 사령탑으로서 권오갑 사장이 취임한다. 현대중공업그룹 기획실장을 겸직하는 권오갑 사장 체제의 의미가, 본격적인 구조조정과 지배구조 개편으로 정기선 전무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 3대 세습체제 완성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은 향후 예상되는 손실까지 최대한 반영(Big Bath)해 3분기(-1조9,346억)에 사상 최대의 적자를 발표하고, 2014년 전체 적자 규모를 3조2,495억 원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즈음부터 살인적인 기성삭감으로 업체 폐업을 유도하는 하청노동자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15년 1분기 동안 3,117명의 하청노동자가 퇴출된 것이다. 2015년 한 해 동안 줄어든 하청노동자 총 4,721명 중 66%가 1분기에 집중적으로 쫓겨났다.

같은 기간 정규직에 대한 퇴출프로그램도 강행해 2014년 12월과 2015년 1월 과장급 이상 관리직 1,263명과 3월 여성 사무직 170여명을 포함해 모두 1천5백여 명이 희망퇴직의 이름으로 정리 해고됐다. 그리고 2015년도 역시 1조5,401억 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적자를 발표했다. 그런데 기가 막힌 것은 올해 1분기에 3천2백억의 흑자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5월부터 또다시 정규직 3천명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이 원·하청 노동자 가릴 것 없이 작년부터 진행돼 왔음을, 특히 하청노동자들이 대량으로 일자리를 잃는 형태로 드러나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음을 먼저 짚었다. 이유는 현재도 여전히 업체 폐업과 계약해지로 가려진 일상적 구조조정을 통해 하청노동자들이 대거 퇴출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는 문제의 심각성 때문이다.

올해 안에 해양사업부 하청노동자 4천여 명만 남기는 것이 원청의 계획이다. 해양사업부에서 1월부터 4월까지 이미 하청노동자 2,475명을 퇴출했고, 현재 인원은 11,514명이다. 따라서 향후 해양사업부에서만 7천5백여 명을 추가로 대량 해고할 예정이다.

2014년 15개, 2015년 57개의 사내하청업체가 폐업했다. 하청업체 폐업의 성격은 다음과 같다. 특히 작년에는 원청 주도의 기획폐업으로 대대적인 부작용까지 동반해 소위 ‘먹튀폐업’이 성행했다. 이것은 하청노동자의 근속과 학자금 지원 등을 떼어먹는 수탈 프로그램이자, 업체가 체불임금과 퇴직금을 체당금으로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국민혈세 탕진이다. 이윤 보전을 위해 기성금(공사대금)을 무리하게 삭감하는 착취이고, 부실경영으로 발생한 적자를 하청에게 뒤집어씌우는 악질적인 갑질이다. 그리고 고용불안과 이직, 경쟁구도 유발로 임금하락을 유도하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조선과 해양 사업부의 경우 폐업한 자리에 그대로 신규업체가 등록해 전체 하청업체 수는 290개 전후로 비슷하다. 2014년 12월 286개, 2015년 12월 297개로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인원은 4,721명이 감소했다. 이렇듯 업체폐업을 통해 구조적으로 정리해고와 임금수탈(임금/퇴직금/근속)이 진행 중인 것이다.

2015년 울산지역 전체 체불임금 사업장수는 2천758곳, 체불금액은 총 357억8천300만원, 피해 노동자수는 8천104명(전년 대비 각각 9.9%, 60.7%, 32.8% 증가)이다. 이중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사내 하청노동자 3천4백여 명의 체불임금은 197억 원이다. 체불임금 원인 중 조선경기 불황의 여파로 경영악화 또는 사업장의 도산·폐업이 사외 하청까지 포함해 전체의 84.2%를 차지한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분석이다. 그리고 2016년 1분기에만 이미 1,841건의 임금체불이 접수된 상태이다. 또한 2016년 1분기 구직급여 신청자는 9,454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18.2%)이 전국 평균의 14배에 달하고 있다. 2015년 4분기 5,338명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지금 현장은 임금삭감과 퇴직확약서 강요, 무급순환휴직, 해고예고통보서 남발로 하청노동자의 고통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부실경영 책임자는 즉각 퇴진해야 하고, 고용안정 전제 없는 구조조정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하청 중심의 생산체제와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고용안정을 통한 숙련인력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이 아닌 노동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고용안정 대책을 수립하고, 하청 중심의 생산구조 개혁을 대책으로 제시해야 한다. 지금 바로 하청노동자가 노동조합으로 뭉칠 수 있도록 현장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이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가장 공세적인 투쟁이다. 총고용 보장은 결코 과하거나 이상적인 그 무엇이 아니라 바로 지금, 너무나 절실하고 현실적인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일 수밖에 없으며, 하청노동자를 노조로 조직하는 가장 큰 기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