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둘 - 되다. 그래도 가자.
임현숙 l 전교조울산지부 정책실장
나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가 되었다. 작년에 전임을 하느라 한해 휴직하여 그런지 올해 만난 아이들이 유독 예뻤다. 수업시간이 끝나도 내 주변에 와서 조잘 조잘 얘기하기 바쁜 우리 반 아이들이다.
하지만 3월에는 힘들었다. 오고 싶었던 학교이지만 올해는 내 자유의지로 학교로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고, 교육부가 강제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교육청으로 내려 보낸 탓에 이루어진 결정이었다. 마음이 밖에 있어 적응하기 힘들었다.
지금도 아이들을 보면 행복하다가도 때때로 나는 ... 숨이 막힌다.
전교조를 법 밖으로 내쫓고, 노동조합의 전임자들을 자유의지가 아닌 강제로 학교로 가게하고, 저항하는 사람들은 직권면직 등 평생 교사로 있었던 사람들에게 교사직을 박탈하고, 징계를 불이행하거나 이행이 늦은 교육감들을 직무유기로 고발하고, 한국사 국정화반대 시국선언한 교사들에게 학교장 주의, 경고라는 행정처분으로 겁주고, 시국선언과 연가투쟁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책임자들을 징계하고...
어떻게 학생을 가르치는 것을 성과로 잴 수 있냐며 교사에게 차등 성과급이 맞지 않다고 받은 성과급을 균등하게 나누는 사람들을 징계한다는 지침을 내리고, 교육부?교육청?교장의 말을 듣지 않으면 성과급 점수를 낮춰 교사를 길들이려고 하는 모습. 이 모습들은 유신시대가 아닌 2016년 현재, 제대로 된 교육을 해보겠다는 양심을 가진 교사들, 전교조 교사들에게 내려지는 가혹한 모습들. 그 상황들을 볼 때마다 분노가 생긴다.
특히 보수교육감 지역인 울산에 있다는 이유로 감수해야하는 불합리한 일들은 더더욱 많다. 울산교사들의 의견과 생각보다 교육부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한 행정, 성과 위주의 행정을 펼쳐 그 폐해가 고스란히 학교로 전해지고 있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1위를 하기 위해 학교를 찾아가 교사들을 쪼으고, 학생들을 대상화시켜 점수를 잘 나오게 하는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시대착오적인 행태들을 울산교육청에서 앞장서서 하고 있다.
울산교육청은 각 학교에 성과 중심의 업무를 계속 내려 보낸 탓에 작년에 실시한 학교 교원 만족도가 전국 시도교육청 중 꼴찌를 하자 업무경감을 하겠다며 본질은 건드리지 않고, 곁가지 대책만을 내놓고 있다. 결국 교사들을 교육활동에 전념하지 못하게 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로 전해진다.
이 숨 막히는 상황은 쉬지 않고 수업을 하고, 사이사이 싸우는 아이들 화해를 시키고, 해야 할 갖가지 업무를 정신없이 할 때에는 잠시 잊고 있다가 밑바닥에 깔려있어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인식하는 순간 다가온다.
피할 수 없는 싸움이다. 권력을 가진 저들은 언제나 이런 방법으로 숨 쉬는 자들을,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억압하여 겁주고 자신의 발밑에 사람들을 꿀려 자신의 기득권을 누려오지 않았는가. 특히 지금은 생각하는 아이들, 자기 목소리를 내는 아이들을 키우는 1등 공신이라 생각하는 전교조를 탄압하기 위한 정점에 다가가고 있다. 결국은 전교조를 없애고, 다시 회생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게 그들의 목표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잘못된 선택을 했다. 아이들이 없는 상황은 있을 수 없는데 아이들이 있는 이상 전교조 교사들은 이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해직을 당하면서도 전교조를 세웠던 1500여명의 교사들이 전교조를 세웠던 것처럼 이번에도 자존심 세고 교육적 소신이 강한 이들은 강한 물줄기를 피하지 않은 채 그대로 맞고 있다. 내가 불안하고, 마음이 아프고, 때로는 숨이 막혀도 다시 힘내서 갈 수 있는 것은 이 고집 센 사람들과 같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책임지려는 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또 대다수의 전교조 조합원들이 해직을 각오하지 않고, 본인 입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는 돈만 낸다는 조합원들이어도 이 분들이 정말 중요한 이유는 아이들을 놓지 않고 있다는 거다. 승진 때문에, 좋은게 좋은거다 란 생각 때문에, 어른들의 눈치 때문에, 일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을 놓칠 수 있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도 우리 교실 아이들은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 아이들의 눈을 어른들의 눈보다 두려워하고 행동을 바르게 하는 교사들. 그들이 내 동료이기 때문이다.
법외노조 이후 5월 28일은 전교조 첫 생일이다. 또 많은 교사들이 전국에서 서울로 모인다. 나와 같이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 하지만 절대로 끈을 놓을 수 없는 교사들이 함께 얼굴을 보고 힘을 내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 자리마저 교육부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함께 현장지도를 한다며 탄압하려 하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 길을 뚫고 나간다. 우리가 두려운 것은 그들의 눈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이기 때문이다.
※ 임현숙 선생님은 현재 용연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로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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