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글 - 4월은 잔인한 달
이영환 l 편집위원장
2년 전의 끔찍했던 악몽이 다시 떠오르며 불면의 날이 계속 된다.
딸자식 셋을 키우는 아비의 입장과 선박에 승선 생활을 했던 전직 선원의 처지에서도 전혀 이해하지 못할 사고이다 보니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멍하니 지내다 주변 지인들과 50여 일 동안 촛불 추모제를 지냈는데 다시 그날이 오니 없던 두통이 생기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며칠이다.
그런데 그런 엄청난 사고가 발생하고 2년이 지났는데도 사고의 원인이나 책임의 당사자가 신속하고 명확하게 밝혀지고 있지 않다는 게 보고 있는 국민의 입장에서 울화가 치밀고 기가 막힐 일이다.
물론 사고선박의 인양이 이루어져야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지겠지만 적어도 세월호 사고 이전과 이후가 다를 것이라고 말한 대통령의 확고한 약속을 생각하면 사고의 뒷수습과 처리가 지지부진한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안전 대한민국이란 단어가 무색하게 사회 전반에 걸쳐 사회 안전망이 무너진 듯한 사고 소식에는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세계일등 조선소에서는 금년 들어 벌써 다섯 명이 산재로 귀중한 생명을 잃었으며 잊을 만 하면 터져 나오는 아동학대 사망 소식과 5년 전부터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사망자만 120여명에 이른 사고인데도 지금에야 검찰소환 조사가 이루어지는걸 보면 정부 당국은 도대체 어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지 사뭇 궁금하다.
또 수시로 터져 나오는 기업체의 갑질 논란은 외국의 법 개념에 비추어 보면 징벌적 배상제도가 시급한 실정이다. 조 부사장에게 피해를 당한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미국 법정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도 징벌적 배상제도가 한몫을 했을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이다.
시인 엘리엇이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다시 새벽을 여는 걸음을 시작해야겠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 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비비안 리의 명대사가 희망을 향한 내일을 기약하는 우리에게 지치지 않는 활력소라 믿으며 보다 안전한 사회를 꿈꾸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