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3-29 11:24
[87호] 시선 하나 - 마음을 사로잡는 산을 찾아서
 글쓴이 : 현진
조회 : 9,884  

시선 하나 - 마음을 사로잡는 산을 찾아서

김태오 l 회원가족



아빠가 “일본 갈래?” 라고 물었다. 평소에 일본에 가고 싶었기 때문에 “갈래” 라고 대답했다. 며칠 뒤, 아빠한테 받은 일정표를 보고 ‘야쿠시마’ 섬에 간다는 걸 알게 되었다.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니 199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선정된 섬이고 오래된 나무가 많은 산이라고 나와 있었다.
‘산’ 이라는 단어가 보이자 불안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지만, 해외로 간다는 마음에 짐을 챙겼다.

출발 아침 김해공항에 도착해 짐을 부치고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빠 수화물에서 이상한 것이 발견 되었다 해서 가보니 랜턴 배터리가 수상해서 부른 것 이였다. 그러나 다행히 잘 마무리 되어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를 타는 것은 항상 마음을 들뜨게 한다. 비행기는 후쿠오카 공항으로 도착했다. 박 국장님 아저씨가 잘 인솔한 덕분에 기차표도 빨리 사고 도착지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신칸센 기차를 타고 1시간 30분 만에 가고시마 역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A.I 호텔에 짐을 내려놓고 저녁을 먹으러 기쁜 발걸음으로 출발했다. 날씨는 괜찮았지만 조금 서늘한 느낌도 들었다. 조금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호텔에서 죽 내려가다 보니 맛있어 보이는 집들도 있었지만 7명이서 저녁을 먹기에는 자리가 없어 다른 식당을 찾아야 했었다. 10여 분 정도 걸었을 때, 돼지고기 전문점에 자리가 있어서 들어갔다. 조금 아담하고 소박해 보였지만, 음식은 깔끔하고 맛이 있었다. 라면이 나오는 도중에 일본 라면은 느끼하고 우리 입맛에 안 맞을 거라 했는데 이 음식점의 라면은 맛이 있었다. 배를 채우고 숙소에 가서 잠을 청했다. 내일은 야쿠시마에 가기 위해 배를 타고 가야하기 때문이다.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추억

7시쯤에 택시를 타고 야쿠시마 고속선 터미널에 도착했다. 아침은 간단하게 삼각 김밥을 먹고 ‘TOPPY’ 라는 고속선에 탑승했다. 1시간을 가니 야쿠시마 섬에 도착했다. 처음 봤을 때는 울릉도 같았다. 등산버스를 타고 야쿠시마 매표소에 도착했다. 올라가기 전에 준비물을 확인하는데 침낭이 없어서, 결국 5명이 먼저 올라가고 나머지 2명이 내려간 뒤, 침낭을 가지고 산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등산길 처음은 야쿠시마도 어느 산과 다를 것이 없었지만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야쿠시마 만의 매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등산코스는 올라가는 길, 내려가는 길, 철도길, 다시 올라가는 길 이런 식이였다. 배낭이 무거웠기 때문에 자주 휴식을 취해야만 했었다. 내려가다 보니 철도길이 길게 이어져 있었는데, 이 철도는 산업 시대 때 일본 사람들이 야쿠시마에 있던 나무들을 잘라 본토에 올려 보내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 했다. 처음에는 철도길이 신기했지만 계속 똑같은 길에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아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철도 길의 중간에 위치해 있는 휴게소 같은 곳에서 길게 쉬었다.

철도길 끝에 2층 건물에 화장실이 있었다. 너무 힘들어 모두 화장실에서 취침하기를 원했지만 우리는 산장에 가야 했기 때문에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올라가는 길이 너무 힘들어 도중에 3명은 먼저 산장으로 가 취사준비를 해놓고 내려와 배낭을 들어주기로 했다. 7시 40분 쯤 해가 저물어 랜턴을 꺼내 계속 걷다 보니 땅에 얼음결정, 눈, 그리고 하늘엔 별이 보였다.

드디어 8시 50분쯤에 도착했고, 산장 안에서 밥을 먹으려 했지만 안에 한 사람이 자고 있어 밖에서 취사를 했어야 했다. 취사도구를 꺼내고 밑에 오시는 분들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라면 하나를 3명이서 갈라먹고 (그 때 그 라면은 내가 먹어본 라면 중에 가장 맛있었다.) 내려가니 아빠를 만났고 조금 더 내려가니 나머지 일행 분들도 보였다. 배낭을 하나씩 짊어지고 다 같이 산장에 도착했다. 산장에 도착해 라면과 밥을 같이 먹으며 올라오면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서서히 달이 보이고 정리를 한 다음, 3층에 올라가 침낭 안에서 잠을 잤다. 그 날 밤은 너무 추워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결국 새벽쯤에야 잠이 들었고, 1시간도 못 잔거 같았다.

피곤한 상태로 아침을 먹고 7,500년 된 나무 ‘조몬스기’를 보러 갔다. 역시 오래된 나무답게 웅장했다.
내려가는 길에 윌슨 그루터기에서 쉬기로 했는데, 이 그루터기는 안에 들어가 하늘을 보면 하트가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내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다. 하산은 어제 왔던 철도 길 끝에서 끝으로 가는 길이였지만 이 길만 걸으면 끝난다는 생각에 죽을 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박 국장 아저씨가 먼저 안내소에 도착해 버스 시간표를 알아보려 했지만 버스가 3월1일부터 운행한다고 했다. 결국 직원에게 부탁해 택시를 불러 내려가기로 했다.

고속터미널로 가는 길에 피곤해서 잠을 잤다.
다시 TOPPY를 타고 가고시마에서 후쿠오카로 도착했다. 숙소는 빌라 형태로 되어 있었고,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온천으로 향했는데 우리의 목욕탕과 비슷했다. 목욕탕 안에 있는 문을 열면 지붕이 뚫린 멋진 온천이 나왔고 탕에 들어가 몸을 푸니 온 몸의 피로가 싹 풀렸다. 더 있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나와야 해 많이 아쉬웠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이치란’이라는 유명한 라면집.
이치란은 자신이 원하는 맛을 종이에 체크하고 주문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면 또한 입에 맞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성호 삼촌, 최귀선 선생님과 함께 일본의 쇼핑몰 ‘돈키호테’에 들어가 쇼핑을 하고 나왔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머지 일행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짐은 숙소 앞에 내려놓고 찾아다니다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쉴 곳을 찾아야 했는데, 시간이 12시가 넘어 문을 연 곳이 없었다. 조금 더 걸어가 문이 열린 도넛가게를 발견해 들어가서 커피와 음료를 시키고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앉아서 몇 시에 올까?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다른 일행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재빨리 잡았다. 결국 비오는 날 2시간여 만에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이다!!


굿바이 일본 !

다음 날, 공항버스를 타고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해 수화물을 맡기는데 시간이 40분이나 걸렸다. 점심은 공항에서 우동을 먹고 부산행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도중에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도착해 보양식을 먹고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야쿠시마의 등산코스가 조금만 덜 힘들었다면 좋았을 것 같고, 이번 여행은 나에게 많은 경험과 추억을 남겨 주었다.


※ 김태오 님은 현재 울산인권운동연대 김동한 감사의 아들(고1)이며 이번 야쿠시마 산행에 함께 참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