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3-29 11:11
[87호] 시선 둘 - 한숨 쉬고 가도 괜찮을 시간!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글쓴이 : 현진
조회 : 10,510  

시선 둘 - 한숨 쉬고 가도 괜찮을 시간!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김연수 l 회원



17년 동안 몸담았던 고용노동부를 정리하고 2016년부터 자칭 실업자, 전업주부가 되었다. 취업이 가장 힘들다는 이 시기에, 그것도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과감히 때려치운 내게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궁금증 때문일까? 무모한 것인가? 용기 있는 것인가? 그래서인지 인권연대 회원 동정에 한 페이지를 채워달라고 의뢰가 왔다.
지난해 9월! 나는 인권연대 지리산기행을 함께 했었다. 지리산을 올랐던 것도 방황하는 나를 극복해 보고자 했던 이유였는데... 결국 결과는 그대로 직장을 놓는 것이었다. 그만 둔지 3개월이 되어가는 시간! 아직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없다. 그렇지만 바쁘다. 어떻게 지내느냐는 지인들의 안부에 잠시 머뭇거림도 없이 “잘 지내요. 행복해요”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지금까지 시간이라는 것은 꽉 채워야 하고, 무엇인가를 해야 하고, 무엇인가 성과라는 것을 내어야 하고, 일이라는 것을 해야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 그래서 남들보다 바쁘게, 남들보다 더 열심히, 남들보다 더 많이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래서 한 번에 여러 가지의 일을 하고, 집중하고, 바쁘게 뛰어다녔다. 즐기면서 하던 일이 죽어라 하는 일로 바뀌고 일의 즐거움 없이 스트레스만 쌓여가기 시작했다. 열정이 바로 소진으로 다가왔다. 어느 순간, 노래 가사처럼 “밧데리가 다 됐나봐요~”충전 메시지가 자꾸 깜박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5남매 중 막내다. 23살 때 엄마가 병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이별연습도 없이 훌쩍 사라진 것이다. 엄마께 할 수 있는 효도가 없어졌다는 것! 참 안타까운 일이다. 돈을 벌어도 예쁜 옷도 화장품도 사줄 수가 없다. 결혼을 하고, 딸을 낳고, 몸조리를 하고, 참 생각나는 그때, 친정엄마의 부재는 큰 상처다. 그 이후 삶의 목표가 바뀌었다. 나는 딸이 둘이다. 이 딸들이 친정엄마가 필요할 때까지 오래 건강하게 살아줘야 겠다는 것이 인생의 한 목표가 됐다. 어느 순간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내가 엄마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가셨던 그 나이가 10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도 알았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쉼 없이 달려가고 있는지 몰랐다.
힘들면 한숨 쉬었다 가도 인생 크게 달라질 것이 없는데..... 지쳐있는 내 모습 뒤에 힘든 나도 있지만 가족들도 있었다. 모든 것을 놓아도 아깝지 않은 결정의 순간이었다.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일을 그만두고 새롭게 시작한 것이 탁구다. 탁구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었는데, 실천하기까지 17년이다. 아무 생각 없이 운동을 하고 있노라면 즐겁다. 탁구로 만난 분들은 탁구 이외에 아무것도 이야기 하는 것이 없다. 일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운동하고 일상생활로 하루를 채우는 데도 바쁘다. 단순하게 산다는 것! 쉬운데도 참 어려웠나 보다. 이것도 어느 순간 복잡해지는 날이 있겠지만 지금은 단순함을 즐기고 싶다. 지쳐있던 몸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많이 건강해졌고 나도 밝아졌고 가족들도 밝아졌다.

조금 여유를 가지고 돌아보면 삶의 행복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아이들 간식을 챙기고, 시장가서 어묵, 떡볶이도 사먹고, 영화도 보고, 인라인스케이트, 자전거도 타러가고, 산책도 하고, 아이들이 더 커버리기 전에 부모님이 더 나이 드시기 전에 가족이 다 같이 여행도 가고, 지금까지 지쳐있던 내 몸을 위해 휴식도 주고, 사랑해 줄 시간들이 참 소중한 일들이고 행복이란 것을 깨달아 가고 있다. 의무적으로 했던 일들이 이제는 진심으로 함께하는 시간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변화라면 변화다.

그렇다고 내가 좋아했던 일을 완전히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간간히 나를 찾는 고객들을 만나기 위해 취업강의도 가고 취업·진로 상담도 간다. 그것이 내가 일을 놓지 않는 소통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물론 금전적인 도움도 주고 있어 즐겁다. 간혹 지인들에게 커피 한잔은 살 수 있는 여유를 주니 말이다. 이러다 언제 또 내가 삶의 현장으로 뛰쳐나갈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내 선택으로 쉼표를 찍어본 용기 있는 여자다. 다시 나를 힘들게 하면서 일만하는 반복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한번쯤 쉬어가도 괜찮을 인생이다.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노래가사가 마음에 확 와 닿는다.
앞으로 누가 내 인생의 좌우명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