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2-29 11:47
[86호] 시선 하나 - 문해력에 관하여
 글쓴이 : 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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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하나 - 문해력에 관하여

이섬균 l 전 인턴



저는 요즘 법학적성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시험은 언어이해, 추리논증, 논술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이 시험을 위해서는 고급독해력이 필수이기에 저는 요즘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 힘쓰고 있어 문해력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번학기 오문완 교수님 수업시간에 실질적 문맹률(문해력)에 관한 신문기사를 읽고, 문해력을 기르기 위한 해결방안을 이야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기사는 한국의 문맹률은 세계 최하위를 자랑하지만 문해력은 굉장히 떨어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는 글을 읽는 능력은 대부분이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글을 읽고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저를 비롯한 학생들은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독서량 부족과 암기위주의 주입식교육 등을 문제로 지적하고, 이에 관한 해결책으로 독서의 생활화 등을 주장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2013년 OECD 국제 성인역량 조사(PIAAC) 결과를 보면, 16~65세 한국 성인의 언어능력은 273점으로 OECD 평균과 동일하며 조사대상을 16-24세로 한정할 경우 한국의 평균은 292.94점(4위), 55-65세의 성적은 244.10(21위)라고 하니, 우리나라 문해력 수준이 낮은 것은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교를 마친 후, 직업을 가지면서부터 학업의 끈을 놓아버리는 사회풍토에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문해력에 대해서 익숙한 분들도 물론 계시겠지만,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큰 문제성을 느끼지 못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PIAAC는 역량의 수준을 점수에 따라 1-5등급으로 구분하고 5등급을 가장 높은 수준의 문해력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우리나라와 핀란드, OECD 평균 문해력 등급 분포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은 평균점수는 OECD 평균점수와 유사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최고수준의 문해력인 4,5등급이 훨씬 낮은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평균은 2등급에 속하는데요. PIAAC의 설명에 따르면 2등급은 웹상에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또한 2등급은 성찰적인 글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가지고 있어, 글에서 자기에 대한 주제를 설명하더라도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지 여부를 구분할 수 없는 정도의 문해력 수준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평균이 2등급에 속할 뿐만 아니라 2등급의 비율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아 평균은 비슷할지라도 질적 차이가 확연하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핀란드의 경우 어떠한 사안에 대하여 정확한 자료 분석과 추론을 통하여 토론까지 가능한 고급독해력을 가진 성인이 성인인구의 22.2퍼센트인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8.1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이는 사회구성원들의 의사 개진과 표현에 바탕을 두는 민주사회의 특성상 문해력의 저하는 합리적인 토론문화를 저해하는 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통계의 특성상 오차범위가 있기 마련이고, 조사방법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나타낼 수도 있긴 하지만 문해력의 중요성은 강조될 필요가 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보다 인권친화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문해력을 단순한 독해력 문제가 아닌, 민주사회의 수준을 결정하는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독서 이외에는 따른 마땅한 방법을 찾기 힘든데요. 세계최고의 사교육 메카인 서울 강남에 위치한 고액 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단순한 독서가 아닌 텍스트의 정확한 분석을 통한 사고의 자동화과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텍스트의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양(Quantity), 질(Quality), 관계(Relation), 양태(Modality)의 이항대립을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하는데요. 여기에서 이항대립은 전칭-특칭(양), 긍정-부정(질), 정언-가언(관계), 미정-확정(양태)으로 개념과 입장을 구분하여 파악하는 것입니다. 글을 읽을 때 바로 이 이항대립의 구도를 생각하며 읽는 연습을 한다면 분명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이 향상된 문해력은 발전된 민주사회를 위한 토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