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 꼰대가 아닌 어른이 되어 가고 싶다.
김선자 l 회원
“무슨 띠예요?” “몇 학번이예요?”
일을 하다보면 처음만나 상담을 하고 한두 차례 만남을 가지고 나면 던져오는 질문이다. ‘나이가 몇이냐?’는 질문을 에둘러 말한다. 어쩌면 내가 여자라서 더 궁금한지도 모르겠다. 특히 남자분들이 질문을 던져올 때는 약간 당황스럽다. 하는 일이 나이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듯 싶은데 관계에서는 영향을 주나 보다.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은근슬쩍 ‘우리집 꼰대’라는 표현이 나온다. 아버지를 표현하는 말이다. ‘우리집’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을 때는 선생님을 나타내기도 한다. 보통 남자들 사이에서 붙여지는 단어이지만 그 의미가 ‘권위적’라는 또 다른 표현의 방식이라면 여자라고 해서 다르진 않다.
꼰대 는 기성세대나 선생을 뜻하는 은어이다. 꼰대질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고 보면 꼰대는 꼭 나이가 많아야 하는 건 아니다. 은연중 상대방과의 관계 속에서 상대적 우월성을 가진 지위를 이용하여(특히 나이에 따른 경험)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 한다면 바로 그것이 꼰대질이 아닐까?
“어휴, 완전 꼰대야~!”
누군가가 한마디를 꺼내면 우후죽순처럼 소재거리가 이어져 나온다. 그러고 보면 ‘꼰대’라는 말을 듣는다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경험이 아니다. 나이를 떠나 왠지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고 감각이 떨어진 사람으로 보인다. 스스로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데 ‘꼰대’란 주제의 뒷담화 주인공으로 부상되는 순간 나는 여지없이 낙인이 찍힌다. “꼰대~!”
어쩔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볼 때 ‘꼰대’로 보이지 않기 위해선 내가 노력해 볼 수 밖에.... 북키닷컴 개발자 이준행의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지침’을 새겨본다.
첫째, 나이를 먼저 묻지 마라. 나이를 묻는 것은 상대방과 위아래를 겨루자는 의미이다. 자신이 나이가 더 많음을 상대에게 주지시키고,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음을 드러내려는 시도이다.
둘째, 함부로 호구조사를 하거나 삶에 참견하지 마라. 고향이 어디냐? 남자(여자)친구는 있느냐, 대학은, 취직은, 등의 질문은 쉽사리 공유할 만한 성격의 것이 아니다. 친해지기 위해 건네는 질문으로서도 부적절하다. 차라리 좋아하는 음식이나 동물을 물어보라.
셋째, 자랑을 늘어놓지 마라. 당신의 인생 자랑은 ‘노잼’이다. 당신이 살아온 시절에 대한 자랑은 당신에게만 유효하다. 당신의 인맥 자랑은 당신에게 잘 보이라는 알량한 호소임을 상대방은 너무나도 잘 알아챈다.
넷째, ‘딸(아들) 같아서 ~’ 같은 수사는 붙이지 마라. 인생 선배로서 조언한다는 이야기도 먼저 꺼내지 마라. 당신이 걸어온 길이 매력적이라면 상대가 알아서 물어올 것이다. 잘되라고 하는 이야기라는 변명 역시 한심한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당신의 만족을 위한 행위일 뿐이다.
“아~! 꼰대가 아닌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런데 결코 쉽지 않다.”
※ 글을 보내주신 김선자 회원님은 부천에서 ‘수학의 달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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