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7-24 13:59
[79호] 회원 글
 글쓴이 : 김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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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김창원 l 회 원

‘헐~!’ 지난 7월6일 공영 방송 뉴스에 나온 [“6회 68만 원” 사교육 시장 ‘들썩’…자격증 난립]을 이야기하자 아내가 바로 내뱉은 소리다.

세월호 사건 등을 거치면서, 지난해 말 단 한차례의 공청회도 없이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한 인성교육진흥법이 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 법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인성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게 된다. 세계 최초로 인성 관련법이 만들어졌다. 그래서일까, 교육현장은 혼란스럽다. 사람의 인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량화(점수로 매기는 일)를 할지 막연하다. 시행을 목전에 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은 아직 확정조차 되지 않았다.

이런 혼란의 틈바구니에서 사교육 시장이 들썩인다. 대학 입시 인성 면접 대비 특강이 6회에 68만원이라고 한다. 이와 더불어 민간자격증 시장도 꿈틀대고 있다. 8주 온라인 강의에 이틀 출석수업으로 49만원이라고 한다.

대체 어떤 교육을 통해 인성 교육 지도자 자격증을 준다는 것인지 궁금해서 “은퇴 걱정 없는 최고의 직업. 가정일도 하면서, 선생님의 꿈을 실현해 보십시오.”란 광고를 내세운 인성 교육 예절 지도자 2급 자격증 과정을 살펴보았다. 총 18강 20시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3일간 속성과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예절교육이 그 중심이다. 그럴 듯 해 보이면서도 뭔가 마딱치 않다.

이 사람들이 자격증을 가지고 학생들 인성교육을 시킨다면, 인성평가는 어떤 기준이 될까? 평가를 위한 시험문제가 출제된다면 아마도 “어른을 만나면 허리를 몇 도 숙여야 하나요?” 이런 내용이지 않을까?

사전에서 ‘인성’을 찾아보니 “사람의 성품”이라고 되어있다. 그리고 ‘인성교육’은 “마음의 바탕이나 사람의 됨됨이 등의 성품을 함양시키기 위한 교육”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사람의 품성은 지난한 성장 과정을 통해 수많은 직간접경험과 교육의 총체로 형성되고 다듬어져 가는 것이다.

더욱이 사람마다 바라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계량화시키기는 어렵다. 일시적으로 주입이 가능한 지식이나 기술이 아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과제를 떠안고 풀어내야 한다.

인성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세계최초의 법에 따라 ‘국가인성교육위원회’가 만들어지고, 5년마다 인성교육종합계획을 수립한다. 그리고 학교는 인성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글을 정리하다보니 가슴이 더 답답해진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입에서 한마디 새어나온다.

“허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