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1-06 10:13
[55호] 인턴일지 - 우왕좌왕 인턴쉽수행기②
 글쓴이 : 섬균
조회 : 9,052  

우왕좌왕 인턴쉽수행기 ②



김종완 l 인턴


벌써 6월입니다. 강추위와 폭설을 동반하여 출근길이 매일 고통스러웠던 1월부터 깨알같이 고구마와 감자, 생선을 구워먹던 난로를 창고에 집어넣으면서 ‘아 이제 봄이 왔다.’ 라는 것을 느끼게 된 것도 잠시 이제 출근하자마자 얼음을 얼리면서 여름이 왔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 6월 달 인연에는 인턴 생활 중에 벌어졌던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가볍게 써보면서 급격히 더워진 날씨에 찌푸려진 회원 분들의 입가에 미소를 띄워드리고자 합니다.

수확의 계절이라 하면 가을을 떠올리시겠지만, 제 생각에는 여름도 일종의 수확의 계절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이오나 비가 오나 꼭 외적인 모습을 위해서 행하는 다이어트가 아니더라도 건강을 위해 꾸준히 운동하고 야식을 참으셨던 분들께는 자연스레 건강미를 표출할 수 있는 계절이지요. 물론 저는 안타깝게 올해 여름 수확량은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만, 앞으로의 수확량을 절대적으로 올리기 위한 일생일대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저는 요즘 간담회와 지역아동센터교육을 분주히 다니고 있습니다. 인턴의 막바지이기에 인권에 대해 하나라도 더 가져가기를 바라는 사무국장님의 바람에 힘입어, 외부활동에 모두 열심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후 시간에는 꼭 화장실을 가야하는 생리적인 현상을 맞이하게 됩니다.
오죽 했으면, 국장님이 우스게 소리로 ‘ 너는 나와서, 꼭 화장실 위생점검을 하더라? 그래 여기 화장실은 깨끗하냐?’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지역아동센터교육을 참관하였고, 생리적인 현상 때문에 화장실을 이용하였습니다. 그런데 해당화장실은 변기와 화장지의 거리가 좀 있었습니다. 바지를 내린 상태로 쭈뼛쭈뼛 걸어가는 와중에 바지 쪽에서 ‘찌직’하는 소리가 들렸고, 팬티의 일부가 찢어졌습니다. 상당히 난감했지만, ‘속옷 한 벌 더 사면되지’ 하고, 일을 마치고 화장실을 나왔습니다. 그러나 화장실에서 나온 후 더욱 참담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 ‘찌직’ 소리가 속옷뿐만이 아니고, 제 바지의 가운데 부분도 찢어진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날 저는 화장실을 간 이후로, 아동센터의 교육에 다시 들어갈 수가 없었고, 심지어 집에 갈 때는 사무차장님의 비호아래 버스정류장까지 엉금엉금 걸어가야 했지요.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바지가 터질만한 이유는 터질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름의 새하얀 백사장에서의 자신 있는 상의탈의를 위해서 라기 보다는, 저 자신의 편안하고 자신감 있는 이동권을 위해서라도, 다시금 운동을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거절이라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참으로 많이 쓰여야 하건만, 가장 하기 힘든 것이라고 느낍니다.
봄바람이 살랑 불었던 5월이 어느 날이었습니다. 혼자 사무실에 남아 컴퓨터 앞에서 이것저것 자료를 정리하고 있던 중에 계단에 발자국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사무실 문 앞으로 화려한 차림의 여성 2분이 들어오셨습니다. 그리고 저와 눈이 마주친 순간“안녕하세요 좋은 일 하시네요.”
“아.. 네.. 어떻게 오셨는지요 사무실 인원이 지금 다 출타중이시네요.”
“혹시 종교 믿으시나요? OOO모임 에서 나왔습니다. 이것 읽어보시고요.. 이하생략..”소위.. 사이비라고 말하는 집단에서 약 20분에 걸친 열정적인 설명이 이어졌고 너무나 열정적이셨기에 차마 재차 설명을 끊을 수는 없고,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현 상황을 타파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나.. 중국사람... 한국말 잘 몰라요.. 지금 하는 말 잘 몰라요. 천천히 말해주세요. 말 너무 빨리빨리해요 나 몰라요 지금”그 순간 해맑게 웃으시면서, 설명해주시던 여성분들 정색을 하시며 갑자기 시계를 보더니 “아 저희가 바빠서요.. 그럼 이만”하면서 허둥지둥 사무실을 나가셨고, 저는 해맑게 웃으면서 “再? z?i ji?n(안녕히가세요)”라고 작별인사를 드렸습니다. 뭐 그이후로는 다시 찾아오시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원치 않는 손님이나 전화 혹은 스팸메일을 받았을 경우 일방적으로 끊어버리거나 인상을 찌푸리며 거부하는 경우는 자신의 불쾌하거나 부정적인 심리를 표출함으로써 단호히 거절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거절의 숙련가(specialist)입니다.
최대한 상대방을 배려하되,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는 것이 거절의 전문가(expert)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울산인권운동연대 인턴! 이 정도면 거절의 전문가 아닌가요?